철도노조 “감사실 노조 활동 감시·방해 중단해야”···4조2교대 도입 문제 두고 인력 확보 협상 난항

전국철도노조가 태업(준법투쟁)에 돌입한 첫날인 지난달 27일 서울역 대합실에 열차 이용객들이 지연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철도노조가 태업(준법투쟁)에 돌입한 첫날인 지난달 27일 서울역 대합실에 열차 이용객들이 지연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태업(준법운행)이 닷새째를 맞고 있지만 노‧사 양측이 대화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은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구간의 운행 차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철도노조는 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명의로 성명을 내고 “(코레일) 감사실은 안전운행투쟁 감시‧방해 목적의 감사를 중단하고 코레일은 성실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태업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부산철도차량정비단에서 사측이 검수되지 않은 차량을 운행 투입하려고 하자 노조가 정비를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카메라로 항의 장면을 영상 촬영했고 신원 확인을 요구하는 노조와 사이에서 실강이가 벌어진 것. 

철도노조는 “노조는 당연히 제대로 된 정비를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으려던 자는 누구인가”면서 “바로 본사 감사실 소속임이 밝혀졌다. 언제부터 감사실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활동을 감시하고 방해하는 부서가 된 것인가”라고 따졌다. 

철도노조는 사측을 대상으로 성실교섭을 재차 요구했다. 철도공사는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탄압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안전인력 충원계획을 밝히고 임금교섭에 성실히 나서라”고 주장했다. 특히 부당한 감사가 확인되면 투쟁 수위를 한단계 더 높일 것이라고 사측을 압박했다. 

대입수학능력시험(12월 3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고 오는 5~6일 논술고사가 임박하면서 철도노조의 태업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측은 태업 중단을 위해 철도노조와 교섭에 충실히 나선다는 입장을 가지면서도 이용객 불편 등 부정적인 여론을 상기시키면서 노조의 태업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손병석 사장은 앞서 직원 담화문을 내고 “코로나 확산 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시기 태업은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고 철도 안전과 안전에 대한 불신만 높일 뿐”이라면서 “국민 누구나 편하고 안전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노조의 태업 자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양측이 태업 장기화를 맞으면서도 태업 중단은 고사하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이번 철도노조의 태업은 양측이 오랫동안 풀지 못하는 매듭이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의 이번 태업은 지난 2018 코레일과 합의 사항의 미이행에 대한 문제제기로 비롯됐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코레일 노사는 지난 2018년 6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야간노동을 줄이기 위해 기존 3조 2교대 교대근무체계를 올해 1월 1일부터 4조2교대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또 지난해 5월부터는 시범 적용이 아닌 전면적인 4조 2교대 개편을 위해 특별단체교섭안을 마련하고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해가 다시 바뀌는 상황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태업 결정을 내렸다는 게 철도노조의 입장이다. 

철도노조는 “2020년이 끝나고 새해가 다가오는 데도 노동시간 단축, 교대제 개편을 위한 안전인력 증원 규모를 회사측이 확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코레일 경영진이 합의사항 이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역을 찾아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태업에 대한 열차운행과 고객안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역을 찾아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태업에 대한 열차운행과 고객안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코레일 사측은 코로나19로 역대 최악의 실적이 예상되면서 인력증원을 하기 힘든 상황으로 알려졌다. 올해 영업손실 1조2000억원 가량을 추정하는 사측으로서는 대규모 인력증원이 필요한 교대근무제 개편이 도입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이다. 

노조 측이 요구하고 있는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을 통한 추가 인력은 4600여명에 이른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조와의 대화 문은 계속 열어두고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경영 손실 등 제반여건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코레일 노사는 1년 전인 지난해 11월 20일부터 5일 동안 총파업을 진행한 후 국토부와 함께 협의체 구성을 합의했지만 결과적으로 인력규모 협의는 최종 결론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파업 당시 역시 수능시험과 맞물려 열차운행이 기존 대비 69.8% 운행률을 기록하는 등 정상운행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노조 태업으로 이날까지 경부선 4개, 장항선 4개, 호남선 4개, 관광열차(S-train) 등 총 16개 열차 노선의 구간 운행을 중지한 상태다. 하지만 태업 사태에 이어 양측 갈등으로 파업이 본격화할 경우 고객 불편이 예상된다. 특히 1일부터는 일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의 운행이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우선 가용 가능한 비상대기 열차와 차량정비 지원 인력을 총동원해 열차 이용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면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소홀함이 없도로고 객실 소독작업도 인원을 보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운행 차질로 인한 여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열차 이용시 해당 열차의 운행 여부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파업도 1일 17일째를 맞으며 장기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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