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신인 걸그룹 에스파가 보여준 파격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배틀로얄 게임으로 유명한 포트나이트에서 지난 4월 트래비스 스캇이 가상콘서트를 진행한 바있다. 트래비스 스캇의 아바타가 공연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1200만명 이상의 포트나이트 플레이어 아바타들이 하늘을 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현재 유튜브에서도 트래비스 스캇이 진행한 포트나이트 가상 콘서트를 시청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공연상황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은 그저 ‘플레이 할 수 있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공연도 즐기고, 축구도 할 수 있으며, 춤도 출 수 있는 등 실제 현실의 ‘거울 세계’인 하나의 장소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메타버스는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그래픽 맵으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경제적이나 사회적 활동이 현실세계와 유사한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플레이어들은 이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2003년 개발된 ‘세컨드 라이프’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가상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한동안 미국에서는 세컨드라이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연구가 계속됐는데, 가상과 현실 세계에서의 관계가 서로 영향을 주며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가 지속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메타버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이달에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는 기존에 공통된 세계관을 통해 앨범을 시리즈로 묶고, 이를 곡에 풀어낸 엑소-NCT를 잇는 또 다른 세계관, 즉 어나더 유니버스(another universe)를 보여준다.

여기서 에스파 멤버들은 가상공간의 또 다른 ‘나’, 가 존재하고 이들과 연결돼있다고 (잠재적) 팬들에게 이야기한다. 2D로 표현된 가상공간 속에 멤버들은 현실세계의 에스파에게 정신적으로 지지를 보내며, 함께 라이브 방송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거라는 컨셉을 사전 영상을 통해 보여줬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음악 산업계에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직접적으로 멀티버스를 탄생시키게끔 연계한 것은 아니다. 멀티버스는 게임이 탄생하던 그 순간부터 아바타와 주체(나)의 연결로 인한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는 ‘상호작용성’에 주목해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전부터 홀로그램 공연이나 버블 서비스와 같은 프라이빗 메시지를 활용해 상호작용성과 이를 통한 가상의 친밀성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해왔었다. 실제로 이런 아바타의 등장과 멀티버스 활용이 공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 향방은 알 수 없지만, 분명 이러한 공연형태가 새로운 ‘매개성’과 ‘관계성’ 그리고 팬과 스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블랙맘바’는 자연에서 강한 개체이기 때문에 늘 단독으로 행동한다. 알에서 깨어날 때부터 독을 내뿜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지켜줄 무리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어찌됐던, 에스파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이것이 음반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팬과 스타가 어떤식으로 상호작용하게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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