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메타버스 관심 증폭

제페토 네이버 사옥투어 모습 / 자료=네이버
제페토 네이버 사옥투어 모습 / 자료=네이버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최근 ‘메타버스’가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을 받는 가운데 통신·포털·게임업계 모두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눈독을 들인다.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이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과학소설 ‘스노우 크래시’에 처음 쓰인 용어로, 아바타가 존재하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자,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35년 3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오연주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확장현실(XR) 기술의 재부상과 그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긍정적 전망, 코로나19가 가속화 시킨 새로운 디지털 사회와 문화에 대한 욕구가 결합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업체들도 서비스 투자를 늘렸다. 특히 통신·포털·게임업계가 눈독을 들인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네이버Z)가 개발한 증강현실(AR) 기반 3D 아바타앱 ‘제페토’다. 

제페토는 얼굴인식 기술을 통해 나와 비슷한 AR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2018년 8월 출시 이후 현재 글로벌 누적 가입자 2억명을 넘어섰다. 제페토의 주 이용자는 Z세대라고 불리는 10대들이다. 전체 이용자 가운데 10대 비중이 80%에 달하며, 해외 이용자 비중은 90%다. 전 세계 10대들이 제페토의 3D 아바타에 열광하고 있는 셈이다.

제페토가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자,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네이버제트에 투자했다. 지난해 10월 빅히트언테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가 각각 70억원, 50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JYP엔터테인먼트도 50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는 최근 첫 출근부터 재택근무로 시작하는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방문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도록 제페토에 ‘그린팩토리’(네이버 사옥) 3D 맵을 개설하기도 했다. 

통신사들도 메타버스에 큰 관심을 보인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출범한 국제 5G 연합인 ‘확장현실(XR) 얼라이언스’ 의장사를 맡고 있다. 

XR 얼라이언스는 정기회의를 통해 제작·제공할 콘텐츠를 선정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양질의 콘텐츠 발굴해 자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도다. XR 얼라이언스는 국제 우주정거장(ISS)을 배경으로 했던 첫번째 프로젝트 `우주 여행자들` 에피소드2를 이르면 이달 중 전 세계 동시 공개할 계획이다.

순천향 대학교 메타버스 입학식 / 자료=SK텔레콤
순천향 대학교 메타버스 입학식 / 자료=SK텔레콤

SK텔레콤은 순천향대학교와 협력해 지난 2일 순천향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을 자사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했다. 순천향대 신입생들은 3차원 가상 공간에서 총장 인사말과 신입생 대표의 입학 선서를 듣고, 각자 개성 넘치는 아바타를 활용해 교수·동기생·선배들과 상견례를 나눴다.

KT도 개인형 가상현실(VR) 서비스 ‘슈퍼VR’에 헬스케어·교육 등 생활밀착형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가상세계 구축에 많을 공을 들여왔던 게임사들도 메타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이미 미국에서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메타버스 열풍을 일으킨 상황속에서 국내 게임사들도 메타버스 관련 게임 개발에 나섰다.

넥슨은 최근 메타버스가 연관되는 신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차세대 인공지능(AI) 기술과 반응형 시스템 등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컴투스는 시각특수효과(VFX) 전문 업체인 ‘위지윅스튜디오’에 450억원대 투자를 감행했다. 이는 위지웍스튜디오가 최근 메타버스 분야로의 확장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위지윅스튜디오는 최근 메타버스 분야까지 확장해 가고 있는 우수한 기술력과 폭넓은 비즈니스 스펙트럼, 강력한 IP 파워 등을 토대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기업”이라며, “컴투스의 게임 제작 기술 및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과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플레이댑도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활용해 메타버스 게임 시장에 진출하겠단 계획을 최근 밝혔다. 정상원 플레이댑 사업총괄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디지털 경제 및 비대면 사회에서 메타버스와 NFT의 시너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개발된 블록체인 게임 NFT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시장에 대해 막연한 기대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세컨드라이프’가 지금의 메타버스와 비슷한 가상세계 열풍을 일으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국내에서도 ‘싸이월드’ 등이 일종의 메타버스 역할을 했으나 결국 다른 경쟁 플랫폼에 밀려 사라진바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메타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이 뒷받침 돼야만 한다. 아직은 신기술에 익숙한 Z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기술 편의성을 향상시켜 다른 세대들도 손쉽게 메타버스를 접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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