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스트리밍 패션쇼, 패션쇼의 미래뿐만 아니라 방송콘텐츠의 미래이기도


패션쇼는 융복합 라이브 콘텐츠다. ‘패션’자체를 콘텐츠라 부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패션쇼는 라이브 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심지어 스토리텔링적인 요소도 포함한다. 인물과 사건, 그리고 배경을 15분이 안되는 시간에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배경음악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패션쇼에서 활용한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7월에 열렸던 루이비통 2021 멘즈웨어 컬랙션 쇼에 혁오의 음악이 사용돼 이슈가 된 바 있다. 패션쇼는 단순히, 옷만을 전시하는, 프로모션의 개념을 넘어선지 오래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많은 브랜드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자신들의 패션쇼를 라이브로 송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는 패션쇼 향유집단을 전면적으로 확대시키는데 일조했다. 기존의 한정된 셀러브리티, 마케터, 사업자, 인플루언서 등에게만 공개됐던 콘텐츠를 대중에게 개방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패션쇼가 라이브로 진행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스트리밍 쇼가 전면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에 좀 더 집중하게 된 것이다. MIUMIU(미우미우)가 대표적이다. 미우미우의 패션쇼는 다양한 측면에서 온라인 패션쇼의 미래와 동시에 융복합 콘텐츠로서의 패션쇼가 어떤식으로 ‘진화’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보여준다. 

미우미우는 2021 S/S 패션쇼를 농구코트를 모티프로, 보이지 않는 공간 또한 런웨이로 활용해 진행했다. 이는 대면 관객이 없기 때문에 카메라 촬영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형태의 공간 활용이 가능해진 것을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각국의 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들을 오프라인으로 초대하는 대신 실시간 온라인 화상 채팅을 통해 패션쇼장 전면에 스크린을 띄우는 방식으로 그들 또한 ‘전시했다’. 

이러한 패션쇼 포맷의 다양화는 패션쇼가 더 이상 패션만을 마케팅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온라인 송출 프로그램으로 접속한 다양한 패션쇼 시청자들은 미우미우의 패션뿐만 아니라, 미우미우를 입고 이 패션쇼를 ‘온라인으로 관람’하고 있는 셀러브리티까지 소비한다(우리나라에서는 소녀시대의 윤아가 참가했다). 

이 패션쇼에는 미우미우의 패션을 보는 관람객뿐만 아니라 이 패션쇼에 참석한 인플루언서와 셀러브리티를 보기 위해 스트리밍을 재생한 이용자들 또한 많았다. 이는 미우미우의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마케팅’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패션을 이용하는 이용자들 또한 패션쇼의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 스트리밍 패션쇼는 패션쇼의 미래뿐만 아니라 방송콘텐츠의 미래 또한 보여준다. 코로나19가 잠식된다 하더라고, 이용자 관습이 어떠한 일을 계기로 변화한 이상 다시 그 전의 시기로 돌아가긴 힘들다. 분명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패션쇼는 온라인만으로 진행해 셀러브리티들을 굳이 실시간 채팅창으로 초대할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미디어 진화와 이용자 진화의 분절이다. 우리는 그 진화의 터널을 지금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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