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부채는 늘고, 자산은 줄어···2016년 부채비율 ‘6900%’ 이미 넘겨 
‘광해관리공단과 통폐합안’ 실효성 계속 논란···국회선 법 제정 논의도 ‘제자리’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직격탄을 맞은 공기업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부채 문제가 별다른 성과 없이 또 다시 해를 넘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봄 ‘디폴트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해마다 ‘도돌이표’ 논의에 광물자원공사의 재정 부실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공공기관 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 자산은 지난 2015년 반기 기준 6조1099억원에서 2018년 4조3913억원으로 줄어든 후, 올해 3조2866억원으로 5년 새 절반 반토막을 냈다.  

자산은 하락하는 반면 부채는 반대로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반기 기준 4조원대였던 부채는 2016년 5조2737억원으로 늘었다. 더욱이 올해 반기 기준 부채는 이보다 더 증가한 6조6517억원으로 자산의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결정한 공사의 기능조정안에 따라 계속 부채 감축과 재무건전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존 부채로 인한 이자 등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부실화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 차원에서 전방위로 추진된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주된 원인이다. 공사는 올해 6월까지 해외사업에 총 29억9820만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 후 회수액은 4억6110만달러로 투자 대비 회수율이 15.4%에 그쳤다.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광물자원공사와 함께 MB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든 다른 자원개발 공기업도 해당 사업으로 인한 부채로 시름을 앓고 있다. 

하지만 광물자원공사의 재정건정성 악화는 타 기관에 비해 심각성이 더 크다. 공사의 부채 비율은 지난 2008년 85.4%에서 2015년 6905%로 치솟았다. 이후 몇 해째 자본잠식 상태를 거치면서 최근에는 아예 부채 비율을 계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광물자원공사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3월 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확정했다. 

당시 공운위는 광물자원공사 존속과 즉시 청산 등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공사를 즉시 청산하는 경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 확대가 걸림돌로 거론됐다. 또 공사의 공적 기능 유지 필요성이나 고용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즉시 청산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공사를 현 체제에서 유지할 경우 지속적인 자본잠식이 불가피하고, 유동성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때문에 불가피한 대안을 찾았다. 이 가운데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폐합 카드가 방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광해관리공단 순자산은 1조2000억원으로 광물자원공사보다 작은 반면, 금융부채는 3000억원 정도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현재 국회에서도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폐합해 가칭 한국광업관리공단을 출범시키기 위한 ‘광업공단법’ 제정을 다시 논의 중이다. 지난 6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장섭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의원 15명이 발의한 광업공단법은 현재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 절차를 밟고 있다. 

광물자원공사의 재무 안정성을 제고하고 광물자원산업 육성 지원과 광산피해관리에 대한 지원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 이 법안의 핵심은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폐합이다. 해당 법안 4조와 12조에서는 새롭게 출범하는 광업공단의 법정자본금을 3조원으로 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서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계액 2배 범위 내에서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에 따른 부실 자산과 부채의 효율적인 정리를 위해 공단의 고유계정과 별도로 해외자산계정을 둬 공단회계와 구분하도록 했다. 또 산자부에 전문가 7명을 위원으로 하는 해외자산위원회를 두어 통폐합 후 부실 자산을 처분하는 안도 법안에 포함했다. 

문제는 이 법안의 통과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산자중기위는 지난 7월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을 상정한 지금까지 3차례 소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 17일 제4차 소위원회가 열렸지만 ‘한번 더 논의하자’는 수준에서 논의를 미뤄야 했다. 다만 소위원회는 오는 24일 회의를 추가로 열기로 합의했다. 

지난 2018년 3월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한국광해관리공단 직원 등이 한국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3월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한국광해관리공단 직원 등이 한국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자본잠식 문제가 지속될 경우 광물자원공사가 내년 4월 채무불이행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미 통폐합 대상 기관이 소재한 지역 정치권의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광물자원공사와 통합 대상인 광해관리공단 내부 반발도 여전히 거세다.
 
지난 2018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통합 방안이 제시된 후 줄곧 통합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광해관리공단 우리노동조합 홍기표 위원장은 “광물자원공사의 부채 문제 해결도 없고 신사업 추진 계획도 없이 두 기관을 단순 통합하는 것은 시너지 없는 통합일 뿐”이라면서 “(해외자원개발 부채를) 다른 계정으로 분리한다는 것은 주머니 바꿔치기하는 것이지 계정 분리는 말장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효성 없는 통폐합안으로 논란만 계속되고 부채는 해결 안되는 도돌이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 통합 추진과 관련 법안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광물자원공사는 하루 약 3억원의 이자 부담만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광해관리공단 노조의 반대 등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이미 공운위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을 제시한 만큼 국회의 법안 발의 심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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