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부정입사자 채용취소 법률 검토 착수
여타 시중은행 후속조치 마련 ‘감감무소식’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2017년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은행권 채용 비리 사태가 처음 불거진 이후 3년이 지났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감에서 채용 비리 사건의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대표로 뭇매를 맞게 된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은행 중 현재 근무 중인 부정입사자 인원이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해 질타가 이어지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성모 우리은행 부행장은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 대해 법률적 판단 아래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은행이 국감에서 이러한 지적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후속조치로 즉각 채용 비리 부정입사자들의 채용 취소와 관련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법률검토 결과 등을 고려해 채용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그러나 채용 비리 사태에 연루된 다른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후속조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4개 은행들과 달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하급심 재판상황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26명 중 18명이 근무 중인 상태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200~300건의 채용점수 조작에 대해 하급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규모로 따지면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맞은 우리은행 못지않다. 재판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2018년 6월 기소된 하나은행 채용 비리 혐의 관련 재판은 1심만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재판 결과가 확정된 이후 후속조치를 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고려하더라도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은행들마저 여전히 후속조치를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에서 부정 채용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은행은 우리은행만이 아니다. 대구은행은 24명이 부정 채용 판결을 받았으며 이 중 19명이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광주은행은 부정 채용자 5명 전원이 근무 중이며, 부산은행도 3명이 부정 채용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현재진행형인 채용 비리 사태는 우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즉 다른 은행도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부정입사자에 대한 채용취소 및 피해자 구제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은 자신들이 도마 위에 오르지 않았으니 어물쩍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것처럼 후속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채용 비리 사태가 논란이 된 이후 공동으로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만드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섰다. 그러나 과오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이들이 논하는 재발 방지가 과연 어떤 진정성을 지닐 수 있을까. 재발 방지가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 전반에 후속조치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퍼져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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