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하반기 채용 시작했지만···800명 채용 불과
작년의 3분의 1 토막 수준
“비대면 거래 늘며 직원 늘리기 어려워져”

지난 26일 서울 IBK파이낸스타워에서 열린 2020 온라인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각 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온라인으로 비대면 면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서울 IBK파이낸스타워에서 열린 2020 온라인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각 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온라인으로 비대면 면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은행 채용문이 바늘구멍이 됐다. 4대 시중은행이 일제히 공개 채용에 들어갔지만 규모는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은행권은 코로나19로 대규모 채용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로 오히려 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채용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4대 시중은행 채용, 작년 2560명→800명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상반기 걸어잠궜던 채용문을 열고 올해 첫 공개채용에 들어갔다.

이번 은행 공개채용 소식은 취업 준비생들에겐 희소식이지만 채용 규모가 작년에 비해 크게 줄며 경쟁이 더 심해지게 됐다. 4대 시중은행의 올해 공채는 총 800명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은행 한 곳이 진행한 공채 규모(750명)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이 진행한 공채 규모는 총 2560명으로 올해는 이보다 1760명(68.7%) 가량 감소했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이 지난해 상·하반기 각각 630명, 380명 등 1010명의 신입행원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250명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에 총 750명을 채용했다. 올해는 200여명 채용에 그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보다 절반 수준인 200명을, 하나은행은 250명 준 15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4대 은행들은 신입행원 채용에서 디지털·정보기술(IT) 부문 인재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하반기 채용에서 1차 면접 합격자를 대상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온라인 AI 역량검사’를 신규 도입했다. 

국민은행의 채용 모집 부문도 ▲신입 유니버셜뱅커(UB·전문자격 포함) ▲신입 IT ▲신입 디지털 3개 부문이다. 특히 ‘신입 IT’ 및 ‘디지털’ 부문은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T와 디지털 금융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채용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AI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지원자를 다각도로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4대 시중은행 채용 규모 / 이미지=시사저널e

◇대면 거래 축소·점포 감소로 채용문 좁아져

은행업계는 4대 은행의 채용이 전년보다 크게 감소한 것을 일종의 ‘신호탄’으로 본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금융업계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일반 은행들이 기존의 지점과 인력을 유지하고선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채용 축소에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고객들은 더 증가했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신한 미래설계보고서 2020’에 따르면 30~50대 수도권과 광역시 거주 직장인 중 48%가 예적금 상품에 가입할 때 비대면 방식을 이용했다. 예적금은 63.3%, 투자상품은 52.3%가 상품을 관리할 때 비대면 방식을 활용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은 2018년 9.8%에서 2019년 7.4%로 2.4%포인트 떨어졌다. 현금인출기와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사용하는 비중 역시 30.2%에서 26.4%로 감소했다. 지난해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이용 비중은 59.3%로, 한국은행은 이 비중이 올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다보니 4대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점포 축소 자제 권고에도 계속 점포를 줄여나가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은 올해 상반기에만 95곳이 문을 닫았다. 작년 한 해 감소 규모(38개)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은행업계는 올해 코로나19로 대면 거래 비중이 꾸준히 줄면서 은행들이 지점 감축에 적극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직원 감축도 이뤄지고 있어 공채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창구의 역할 비중이 줄고 모바일뱅킹이 대세가 됐다”며 “그에 맞춰 다른 업종보다 직원 감축이 필요해졌다. 공채 규모는 갈수록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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