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내세운 공모펀드 하루만에 2000억원 모아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 공모 철회 나서는 기업도 존재

SK바이오팜에서 시작된 공모주 투자열풍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로 옮아가고 있는 가운데 공모주 내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빅히트의 경우 펀드와 무이자 대출 이벤트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열기가 더해지고 있는 반면 일부 기업들은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상장을 철회하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 ‘빅 히트’ 조짐 보이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빅히트를 둘러싼 공모 청약 분위기가 달궈지고 있다. 빅히트는 세계적인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로 희망 공모가 밴드(10만5000~13만5000원)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만 4조8000억원에 이른다. 상장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화제를 끌었고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를 넘어서는 흥행을 예상하는 전망들도 나온다. 

증권신고서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증권신고서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미 빅히트 공모주를 노린 자금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빅히트 공모주 투자를 내세우며 전날 하루만 판매된 코레이트자산운용의 공모주펀드에는 2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 동안 판매됐는데 시간당 250억원씩 모은셈이다. 공모·사모 펀드 시장이 좋지 못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자금몰이다.

빅히트를 내건 각종 이벤트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다. 대표적으로 케이뱅크는 추첨을 통해 선정된 투자자 1만명에게 빅히트 청약 증거금 일부를 대출해주고 이자를 캐시백하는 파격 이벤트를 시작했다. 일반 청약에서 많은 물량을 배정받으려면 증거금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소액 투자자들에게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빅히트의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각종 기록 경신 여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는 일반 청약에서 증거금만 58조원을 모으며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1479대 1의 경쟁률로 국내 IPO 사상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빅히트가 보다 더 인지도가 높은 만큼 이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빅히트 뺀 IPO 시장은 ‘냉골’···“확실한 곳에만 투자”

빅히트로 IPO 시장이 달궈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상승가도를 달리던 국내외 증시가 최근 된서리를 맞으면서 지난 2~3개월 전 만큼이나 IPO 시장이 좋지 못한 까닭이다. 상장에 나서기만 했다하면 흥행했던 지난 상황과는 반대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했던 선박기자재업체 파나시아는 당초 이달 22~23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 뒤 상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17~18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이 되지 않자 상장 철회를 공시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고 하반기 들어 상장을 철회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10월 상장을 계획했던 미생물 진단기업인 퀀타매트릭스 역시 진단 관련주가 각광받던 지난 시기와는 달라진 분위기에 상장을 접어야 했다.   

이밖에 반도체검사장비 넥스틴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30.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항암면역치료제 개발 전문 바이오기업인 박셀바이오 역시 기관 경쟁률에서 94대 1을 기록했다. 경쟁률이 1000대 1을 쉽게 넘나들던 지난 6월과 7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스팩의 경우엔 상황이 더 좋지 않았는데 기관 수요예측에서 간신히 미달을 피한 경우가 다수였다. 

상장 후 주가 흐름도 부진하다. 초대어였던 SK바이오팜과 카카오뱅크는 상장 직후 가파른 상승흐름을 보이다 최근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클린룸 전문 기업 원방테크는 상장 당일 시초가(4만8900원) 대비 10.63% 내린 4만37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공모가(5만4300원)를 밑돌았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스크 제조업체 핌스도 지난 18일 상장 이후 하락세를 보여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IPO 시장에서 이처럼 정반대의 모습이 동시에 나오는 배경에는 보수적으로 변한 투자심리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에 훈풍이 불었던 지난 6~7월에는 웬만한 곳에 투자하더라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최근 좋은 성과를 내왔던 초대형 IPO에 관심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며 “시장 분위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겠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대형 IPO에 쏠려 있어 당분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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