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손보 인수합병에 불참 결정
KB·신한·하나금융서 보험사 가져가도 우리금융 신중 유지
우리금융 “인수 1순위는 증권사, 보험사는 매물 적정성 고려해야”

서울 중구의 우리금융지주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우리금융지주 본사. /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합병(M&A)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악사손해보험 M&A 예비입찰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인수 1순위로 증권사를 노리고 있고, 보험사는 좋은 매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쟁 지주사들이 수조원을 들여 적극적으로 매물 선점에 나서고 있어 갈수록 우리금융이 지주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3대 지주사 보험사 인수 활발할 때 우리금융은 잠잠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악사(AXA)그룹의 자회사인 악사손보 예비입찰에 업계 예상과 달리 교보생명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기존에 손보가 필요한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 카카오페이 등이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교보생명이 유일하게 참여를 밝힌 상황이다.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지난 6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 변경을 부분 승인받아 금융사 인수에 여력이 생긴 만큼 이번 매물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경쟁사인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이 보험업계 불황에도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 보험사 매물이 나오는대로 인수에 적극 뛰어들고 있어 우리금융도 보험사 인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은 지주 전환 후 두 곳의 자산운용과 부동산신탁사를 인수하고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KB·신한금융을 뒤쫓아 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굵직한 인수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그 사이 신한금융은 2018년 2조2989억원에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지난해 2월 자회사 편입을 완료, 신한생명과의 합병만 남겨놓고 있다. 

KB금융도 업계 불황이 심하다는 노조 반대에도 푸르덴셜생명을 2조2000억원에 사들여 13번째 자회사로 품었다. KB금융은 자회사 중 생명보험 부문을 강화해야 리딩금융그룹 지위를 굳힌다고 판단했고 이에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푸르덴셜생명은 올해 초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때 작년 순이익이 1400억원을 넘어 ‘알짜’ 보험사로 평가 받았다. KB금융 등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오렌지라이프를 신한금융에 놓친 뒤라 이번 인수가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당시에도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인수금융 주선사로 나섰을 뿐 직접적으로 인수전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그런 사이 하나금융이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며 지난 6월 디지털 기반의 종합 손해보험사인 하나손해보험을 출범했다. 하나손보는 하나금융의 14번째 자회사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KB금융과 함께 은행·증권·카드·생손보·저축은행을 모두 갖춘 금융지주가 됐다.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만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3년 간의 반기 순이익 추이. / 이미지=시사저널e

◇“비은행 계열사 빈자리 크게 느껴진 2분기”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해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이 있다. 그만큼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고 자회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제로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은행업계가 더 이상 대출 이자만으로 이익을 확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지주사의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이 중요해진 것이다. 

우리금융의 올해 실적은 코로나19에 큰 영향을 받은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74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조2719억원)보다 39.1% 감소했다. 신한금융(1조8422억원), KB금융(1조7314억원)과 비교해 순익 격차가 더 커졌다. 하나금융(1조3693억원)과 비교해 순익 역전이 발생했고 농협금융 순이익(1조470억원)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우리금융의 순익 감소는 자회사 우리은행의 실적 악화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45.2% 감소한 682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순이익이 줄었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순익 감소가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비은행 계열사의 빈자리가 컸다고 분석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충당금, 사모펀드 관련 비용 규모가 컸으며 수수료를 포함한 비이자부문도 부진했다”며 “비은행 계열사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진 2분기다. 다른 대형 은행들이 코로나19 충당금 및 사모펀드 관련 비용 부담을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으로 만회한 반면 우리금융은 (이 부문 이익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와 관련해 은행과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불안정성도 높아져 급하게 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 포트폴리오상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기 때문에 매물이 나오면 인수 검토는 하지만 매물의 적정성도 판단해야 한다”며 “인수합병 우선순위는 증권사이고 보험사도 매력적인 매물이 나오면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순위에 둔 이유에 대해 “IB 등을 통해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해 지주사가 성장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고려하며 매물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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