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속 경영 연속성 중시 돼
이동걸 산은 회장 연임 성공·윤종규 KB금융 회장 최종 후보에 선정
국민·신한·수협은행장 연임, 하반기 실적이 관건 

하반기 임기 연장에 성공했거나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사 CEO 명단.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코로나19를 맞은 금융사들은 위기를 보고 있지만 임기를 채운 수장들은 연임에 안정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은행들이 ‘전쟁(불황) 중에는 장수(최고경영자)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위기 속 이동걸 회장, 관행 깨고 연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임기를 다 채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연임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을 두고 업계는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현 이동걸 회장이 11일부터 39대 산업은행 회장(임기 3년)으로 연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 연임은 산은의 CEO 직함이 회장으로 바뀐 200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954년 산은이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연임한 산은 CEO는 초대~2대 구용서 전 총재(1954~1958년), 15~17대 김원기 전 총재(1972~1978년), 25~26대 이형구 전 총재(1990~1994년) 뿐이다. 이후 산은에는 회장이 임기를 채우고 떠나는 것이 관행처럼 됐지만 이번에 이 관행을 이 회장이 깨게 됐다. 

이 회장의 연임은 확정 전까지 불투명했다. 본인이 연임 확정 직전까지 아무런 의사를 내놓지 않아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회장은 지난 6월17일 기자간담회에서 “충분히 피곤하다”며 “남은 9월초 임기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더 이상의 미련도 없다”라고 말해 임기를 끝으로 산은을 떠날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회장이 산은을 3년 더 이끌게 된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 등 마무리할 사안이 남아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지원에 차질이 생겨선 안 된다는 점이 컸다. 이 회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산은 회장에 임명되며 금호타이어 매각과 STX조선 정상화 방안을 마무리했다. 산은의 20년 묵은 과제였던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도 해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외에도 국책은행으로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산은이 금융사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입장이라 위기 한복판에서 회장의 연임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윤 회장, 견고한 실적 바탕으로 최종 후보 발탁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이날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김병호·윤종규·이동철·허인 후보자 4명을 인터뷰하고 이날 윤 회장을 최종 후보자로 정했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 

윤 회장 연임은 업계에서 일찌감치 점쳐졌다. KB금융에 윤 회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KB금융 안팎에서 ▲경영진 간의 다툼이 벌어진 ‘KB사태’ 직후 2014년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 취임해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킨 점 ▲현대증권(KB증권)·LIG손해보험(KB손보) 인수 성공으로 KB금융을 리딩그룹에 올려놓은 점 ▲최근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 

KB금융의 2분기 순이익은 981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4.6% 증가했다.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한 대손충당금 적립 영향에도 높은 순익 상승률을 기록했다. 선우석호 KB금융 회추위 위원장은 “윤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시켰다"며 "코로나19 위기에서 KB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윤 회장이 조직을 더 이끌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국민·신한·수협은행장 연임에도 업계 주목 

업계에는 허인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 주요 금융사의 CEO 연임도 유력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사례처럼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위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은행의 경영 연속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인 행장의 임기는 11월20일, 진옥동 행장은 12월31일 만료된다. 

실적을 비교하면 상반기까지 국민은행이 신한은행보다 실적 방어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25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고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1조1408억원으로 11.0% 줄었다. 국내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이 이 기간에 17.5% 준 것과 비교하면 국민은행의 실적이 보다 안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하반기 두 은행의 실적이 크게 하락할 경우 씨티은행처럼 CEO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달 3연임을 내려놓고 은행장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이 연임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씨티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96억원) 보다 46.9% 감소했다. 반면 SC제일은행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1820억원으로 21.1% 증가했다.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바탕으로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의 임기도 10월24일 끝난다. 수협은행은 현재 이 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행장 인선 절차를 개시했다. 수협은행의 6월말 기준 순이익은 10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수협은행의 고객은 2017년 말 237만명에서 올해 2분기 395만명으로 대폭 증가했고, 미얀마에 진출하는 등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이지만 수익성 지표가 계속 하락해 이 행장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협은행의 행추위에 정부 측 추천 사외이사가 3명이 있어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행추위가 수협은행의 대중화, 수익성 등을 평가해 행장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