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 혈장치료는 의료방법·혈장치료제는 완치자 혈액 재창출한 의약품
개발속도 빠른 혈장치료제, 국내외 개발 러쉬···대량생산 문제가 아쉬워

GC녹십자가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사진. / 사진=GC녹십자
GC녹십자가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사진. / 사진=GC녹십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혈장치료를 긴급사용승인한 가운데,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은 국산 혈장치료제와 혈장치료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혈장치료는 완치자 혈액을 뽑아내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고, 혈장치료제는 혈장을 다시 분리한 의약품이다.

24일 미국 FDA는 코로나19 혈장치료를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FDA는 코로나19 환자 중 7만명이 혈장치료를 처방받았고, 이 중 2만명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치료제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브리핑을 통해 FDA의 긴급승인 소식을 전하며 “(혈장치료로 인해) 사망률 35%의 감소를 볼 수 있었다. FDA는 이 치료법이 안전하고 매우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코로나19에서 회복된 모든 미국인이 혈장을 기부해주길 촉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FDA가 혈장치료를 긴급사용승인하면서 국내 코로나19 혈장치료제도 주목을 받게 됐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 혈장치료제 ‘GC5131’가 보건당국 허가를 받고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는 현재 약물재창출 연구 이외에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중 첫 임상 2상이다.

GC녹십자는 현재 폐렴 환자와 고령 및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대형병원과 임상시험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중앙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충남대병원 등에 이어 연대 세브란스병원 등이 임상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는 FDA가 긴급사용승인한 혈장치료는 국내에서 임상시험 중인 혈장치료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혈장치료는 엄밀히 말해 치료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오늘 미국 FDA가 긴급사용승인한 것은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수혈하듯 환자에게 투여하는 혈장치료이며, 의료행위의 일종”이라며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속 항체 단백질(면역글로불린)을 따로 분리해 고농도로 농축시켜 만든 항코로나19 고면역글로불린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혈장치료는 완치자 환자의 혈액 속에 있는 면역항체를 빼내 다른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이다. 에볼라바이러스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등 앞서 유행한 감염병에도 혈장치료가 시도됐다.

업계에서는 혈장치료 자체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항체치료가 안정성과 효능을 입증한다면 혈장치료제 임상에도 반사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치료제는 크게 혈장치료제와 유전자재조합약물인 항체치료제, 기존에 있는 의약품을 투여하는 케미컬의약품치료제가 있다.

이 중 혈장치료제는 신종 감염병에 빠르게 투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혈장치료제에 사용되는 면역글로불린이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돼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GC녹십자 혈장치료제의 임상1상을 면제해주기도 했다. 이에 프랑스,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혈장치료제를 임상시험 6건이 진행 중이다.

다만 혈장치료제의 단점은 대량상산이 어렵다는 점이다. 셀트리온 등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와는 다르게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혈장)이 필수다. 그러나 혈장을 확보하는 것이 힘든데다가, 1개의 혈장에서 혈장치료제 2개를 개발할 수 있어 많은 치료제를 만들기가 어렵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혈장치료제는 항체치료제와 달리 임상시험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 현재 완치자 혈액 확보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는 국내에 공급할 치료제가 부족할 수도 있다”며 "공여 신청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더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혈장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을 때 치료제로서 허가와 대량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GC녹십자가 공동으로 약물 개념의 혈장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효성 안전성 입증 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해 헌혈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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