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에서 호텔 15곳 인수 소송전 24일 시작···계약금 7000억원 환수 목표
미래에셋 "안방보험에 계약무산 책임"···패소시 7조 계약 이행 의무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미래에셋과 중국 안방보험이 미국호텔 15곳에 대한 7조원 규모 매매계약해지 책임을 놓고 벌이는 소송전이 다음 주 미국 법원에서 시작된다.

미래에셋은 이번 재판을 통해 안방보험에 계약금으로 지불했던 7000억원을 돌려받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패소할 경우 계약금을 떼이는 것을 넘어 7조원 인수계약 전체를 이행해야 할 수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에서 미래에셋에 불리한 요소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미래에셋-안방보험, 美호텔 소송 본격화

20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미래에셋과 안방보험 간 미국 호텔 관련 소송 재판은 미국 델라웨어법원에서 24일부터 5일 동안 열린다. 당초 재판기간은 3일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틀이 더 늘어났다.

앞서 미래에셋은 지난해 9월 안방보험이 보유한 미국 주요 도시에 위치한 특급호텔 15곳을 58억달러(7조원)을 주고 인수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18억달러를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 40억달러는 현지에서 대출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대우가 1조8000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이 50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9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이 1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우선 미래에셋은 계약금으로 5800만달러(7000억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지불했다.

그러나 15곳 호텔 중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6개 호텔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안방보험은 올해 초에야 소송을 통해 소유권을 되찾았다.

이후에는 유령회사가 미국 호텔에 대한 상표권 분쟁을 제기하면서 부동산 매매거래시 필요한 ‘권원보험’ 발급이 불가능해졌다. 권원보험은 등기소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않은 미국에서 사용되는 증명서로 부동산권리보험회사가 해당 부동산에 대한 확인·보증을 해주는 서류다.

권원보험 발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래에셋이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한 자금대출도 난항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양측은 4월17일 모든 계약을 마치기로 했으나 미래에셋은 “안방보험 측이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잔금을 내지 않았다.

안방보험은 이에 4월말 미래에셋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래에셋은 이에 대응해 5월3일 매매계약 해지통지서를 발송하고 계약금을 보관하고 있는 에스크로 대리인에게는 계약금 반환 요청서를 전달했다. 5월 20일에는 안방보험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답변서 및 반소장을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제출했다. 미래에셋은 국내외 로펌 4곳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꾸려 소송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이 인수하기로 했던 미국 호텔 15곳
미래에셋이 인수하기로 했던 미국 호텔 15곳

◇ 미래에셋, 승소할 수 있을까

미래에셋은 소송을 통해 계약금 7000억원을 돌려받는 것이 목표다. 미래에셋은 계약무산의 책임이 매도인인 안방보험에 온전히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은 반소장에서 안방보험이 기망행위를 했고 거래종결까지 제한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 유지하겠다는 진술과 보증 의무를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거래종결시까지 매도대상인 호텔 15곳에 대한 완전한 권원보험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권원보험사 네 군데가 완전한 권원보험 발급을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상황도 미래에셋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반중국 정책을 취하면서 중국 기업이나 공산당에 이득이 되는 재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한층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이 이번 재판에서 불리한 요소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초 계약 내용과 달리 양측의 합의로 잔금 일정을 연기했다는 점이 재판에서 안방보험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의 해외대체투자 전문 변호사는 “통상 부동산 계약에서 매도자 측에 문제가 발생하면 매수인은 계약금 배액배상을 요구하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며 “계약금 지불 이후 매수인이 계약이행 의사를 전달할 경우 계약금이 아니라 전체계약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이 합의하에 잔금지급 시기를 미룬 것은 미래에셋이 계약이행을 하겠다는 뜻을 안방보험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안방보험이 승소하면 미래에셋이 계약금 7000억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체계약에 대한 이행을 책임져야 한다”며 “7조원 계약을 이행하거나 혹은 이행 거부시 현재가치와 비교해 최소 2조원 이상 떨어진 호텔 15곳의 시세하락분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요소를 종합해볼때 미래에셋이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고가는 전략을 취해야 유리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미국 호텔업과 관광산업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면 원래 계약대로 계약을 이행하더라도 미래에셋의 부담이 적어질 것”이라며 “미래에셋으로서는 이번 재판을 최대한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협상하는 전략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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