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소비 진작보다 방역이 우선”
“피해 기업·자영업자 금융 지원에 신경써야”

그래픽=농림축산식품부
그래픽=농림축산식품부

정부가 내수 회복을 위해 마련한 할인 소비쿠폰 정책이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발목이 잡혔다. 하나 둘 소비쿠폰 발행 계획이 무산되면서 소비진작 정책보다는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금융 지원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할인 소비쿠폰은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내수 회복 카드로 가장 강조한 방법이다. 정부는 내수 진작 효과를 내기 위해 10명중 3명에게 이 쿠폰을 발급해 9000억원의 소비를 이끌어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684억원 규모로 쿠폰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와 함께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

정부는 외식 활성화 캠페인과 농촌여행 할인 지원을 지난 16일 자정을 기해 잠정 중단했다. 영화, 박물관 전시 관련 소비쿠폰도 발행을 중단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면서 서울과 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3차 추경안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방안이었던 할인 소비쿠폰 정책을 펼 수 없게 되자 내수 진작 정책도 사라진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는 방역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사람 간 이동이 자유로워야 소비가 되는데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가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올해 경제 성장률을 가장 높게 전망한 것은 우리나라가 방역에 성공했기 때문인데 방역에 문제가 생기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벌써 자영업자가 타격을 입고 있고 기업도 타격이 있을 것이다. 계획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방역 문제 때문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게 됐다”며 “발걸음 하나하나가 경제인데 발걸음이 멈추는 순간에 경제도 함께 멈출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으로선 소비쿠폰이 의미가 없다”며 “다른 방법을 찾기보다는 감염 확산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정책 수단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성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 재정을 막 쓰기가 어렵다”며 “소비 진작책보다는 피해 기업, 자영업자들에 금융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말로 필요한 부분에 재정을 써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비쿠폰 발급을 잠정 중단하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서 재정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대상을 선별해서 재정을 지원해 효용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3분기 경제 전망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성 교수는 “내수가 악화되고 소비가 줄어들면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윤 평론가는 “최선의 방책은 방역이다. 얼마나 단시간에 코로나19 확산세를 끊어내느냐에 따라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달라질 것”이라며 “방역에 실패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경제 성장률을 보면 방역이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내수 관련 지표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수출·생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내수 지표 흐름이 부정적으로 이어지면 경제 전망도 함께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는 완전한 2단계 지침을 따르고 있지 않다. 고위험 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2단계가 완전하게 시행되면 클럽, 감성주점, 노래방, 뷔페식당 등 12종의 고위험시설은 운영할 수 없다. 또한 실내에서 50인 이상, 실외에서 100인 이상이 집결하는 모임이나 행사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에 따라 소비가 더 얼어붙고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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