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위촉·검증절차 불투명···운영·논의는 비공개
“총장 필요시에만 소집되고 여론무마용 비판”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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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시행돼 온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검찰총장의 자의적 판단과 의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원 위촉과 위원에 대한 검증절차가 불투명하고, 운영과 논의도 깜깜이식으로 진행된다는 비판이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9일 대검찰청에 공개질의 한 답변이 지난 7일 도착했다며 이 같은 분석자료를 13일 공개했다.

참여연대는 “수사심의원회가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검찰총장이 위촉하는 위원들의 구성이나 절차가 확인되지 않고 ▲현재까지 열린 10건의 수사심의위 중 7건이 검찰의 요청으로 소집된 점 ▲수사심의위 권고에 대한 주임검사의 수용 여부가 비공개인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검언유착’ 의혹 등에 연달아 부의시키며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구체적으로 참여연대는 위원 위촉의 기준이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2018년 1월 출범 당시 250명의 위원이 위촉됐는데, 각계 추천만을 받았을 뿐 위촉의 권한은 모두 총장에게 일임돼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위촉된 위원이 몇 명인지도 비공개 상태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구조라는 게 참여연대 측 주장이다.

실제 현재까지 10차례 위원회 소집 중 회피사례는 1건, 기피 사례는 0건에 불과했다. 회피 1건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건에서 양창수 수사심의위 위원장이 여론에 떠밀려 회피한 사례다. 양 위원장은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는 기업주가 원만한 승계 방법을 마련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을 사실상 두둔해 논란이 됐다. 또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고교 동창이며, 처남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서울병원 권오정 병원장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주임검사와 사건관계인 모두 위원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가서야 위원 명단을 받아볼 수 있어 사실상 위원을 검증해 기피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이재용 사건 심의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김아무개 건국대 교수가 참여한 것으로도 드러나 논란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운영 과정과 논의 내용이 대부분 비공개되는 점도 지적했다. 검찰총장이 임의로 위촉한 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혹은 검사장의 요청으로 소집되며, 위원회 운영 절차나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는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오롯이 자신의 판단으로 소집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현재까지 총 10차례 사례 중 5건을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했다.

참여연대는 “수사심의위가 ‘검찰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구성했다는 검찰의 답변과 달리 검찰총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소집되며, 여론을 무마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재용 사건과 ‘검언유착’ 사건 등 사건관계인이 신청한 경우에도 검찰이 필요하다가 판단했기 때문에 소집이 이뤄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위원회를 소집하는 기준은 총장의 의사결정에 따른 판단사항임에 따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참여연대는 사안에 따라 수사심의위 소집 속도가 현저하게 차이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이재용 사건의 경우 9일, 검언유착 사건의 경우 4일만에 소집이 된 반면 국회의원 예산사기 고발 사건에 대한 한 시민단체의 소집요청은 20개월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검은 이에 대한 질의에 ‘부의심의위원회에 회부되지 않고 계류된 사례 등은 대검에서 별도로 작성·관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갈음했다고 참여연대는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소집 여부가 결정되는 데까지 재벌 총수와 현직 고위 검사 관련 사건은 단 며칠, 지적장애인과 국회의원 예산사기 고발 건은 수십 일씩 소요된다는 점을 보았을 때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떨어지는 검찰의 임의적 판단에 따른 수사심의위의 구성과 운영으로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어렵다”며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한 수사심의위를 검찰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막는 방패막이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단체는 대안으로 기소대배심제도 등의 도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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