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정세균 등 개헌 논의 착수 촉구···“내년까지가 적기”
與 “‘개헌블랙홀’ 우려, 타이밍 아냐”···野 “시기보다 내용이 중요”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이 1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이 1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반이 지난 상황에서 다시금 ‘개헌론’에 불이 붙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잇따라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히고 나서면서다.

향후 대선 등 일정을 고려했을 때 내년까지 개헌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악화 상황을 대응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여야의 대체적 분위기로 관측된다. 또한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을 때에도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오히려 국회가 공전했던 만큼 개헌 논의의 시작도 일방적 드라이브가 아닌 여야 간 합의를 통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박 의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 축사에서 “한 세대가 지난 현행 헌법으로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앞으로 있을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권적 기본권, 자치분권, 시민 참여 등 새로운 시대가치를 담아내는 새로운 국가 규범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며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우리 국민을 지키고 미래를 열기 위해 우리 헌법의 개정이 불가피한 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코로나19 사태’를 한 고비 넘기는 대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권력구조 문제 등 개헌의 핵심 쟁점은 충분히 논의됐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과 결정만 하면 된다는 것이 박 의장의 생각이다.

정 총리도 자신의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때 지난 4년 동안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헌법’을 다시금 꺼냈으면 좋겠다”며 “촛불로 이룩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고, 변화된 시대 흐름에 맞게 경제·사회·문화·노동·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정 총리도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점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일제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이른바 ‘개헌 블랙홀’을 우려하고 있고, 야당은 지난 국회에서의 권력구조 등에 대한 논의가 충분치 않았다며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봤듯이 야당과의 개헌 논의 과정이 쉽지 않다. 각론 하나하나 정쟁화 될 가능성이 높고, 개헌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속도가 붙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또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모두 개헌에만 집중해 현재 중요한 코로나19 대응 차원의 민생법안 등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민생 관련 업무는 개헌보다 중요한 ‘국회의 일’이라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1대 국회에서 개헌은 반드시 진행될 작업이지만, 현재의 타이밍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가 개헌을 언급하는 자체에 대해서도 신중할 것을 주문해왔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지금 당장 개헌을 이야기해서 정쟁의 도구가 된다든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대비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개헌을 말하는 분들도 당장 올해 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또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국난과 경제위기, 일자리 비상사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야당은 개헌 논의의 시기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헌이라는 말만 했을 뿐 무엇 때문에, 무엇을 변경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개헌하려면 권력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가 핵심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을 분점하는 측면에서 내각제 개헌을 하는 게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지금부터 개헌을 준비해서 내년 4월까지 개헌을 완성할지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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