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2112건 발의법안 중 2055건 계류···의원 1명당 평균 7건 발의
처리법안 57건, ‘처리 의지’ 없다는 지적···상임위 등 논의 본격화 목소리
여야, 주요 현안 등 ‘강대강’ 대치 여전···통합당, ‘여론전’ 집중 분위기

21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법안(2112건) 중 2055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법안(2112건) 중 2055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가 개원 이후 제대로 된 국회 상임위원회, 본회의 등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는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악화 대응, 코로나19 방역 등과 잇따른 성폭력 문제, 부동산 대책 등 관련 법안을 앞 다퉈 발의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법안의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약 1만건의 법안이 논의 한 번 없이 자동폐기된 바 있어 법안 발의보다 법안에 대한 논의, 처리 등에 보다 신경을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까지 여야는 국회 원구성 협상을 시작으로 추가경정예산안,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강대강 대치 상황을 이어오며 이렇다 할 ‘협치’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7일(오후 3시 기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2055건(의원발의 1877건, 정부발의 137건, 동의(승인)안 14건, 결의안 23건, 규칙안 3건 등)이다. 21대 국회가 들어선 후 발의된 법안은 2112건이고, 이는 개인차는 있지만 산술적으로 의원 1명당 평균 약 7건의 법안을 발의한 꼴이다.

지난 총선에서 초선 의원이 다수 당선된 만큼 이들의 ‘의욕적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지난 16일 국회 개원식이 실시된 된 점들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은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인식이다. 신중한 고려 없이 ‘실적·정쟁용 법안’이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 본회의에서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57건에 불과해 법안 처리 의지 없이 발의에 집중하면서, 처리는 상대 정당의 행위를 이유로 뒷전으로 미루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한편으로는 발의돼 있는 법안 중에는 의미 있고,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법안이 다수 포함돼 있어 해당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및 규제 완화,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갑질’, 성폭행·추행 등에 대한 제재 및 예방, 부동산 정책 후속 법안, 민생경제 법안 등에 대한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의 논의가 하루빨리 본격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재차 강조하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코로나19로 전세계, 우리나라가 비상 상황이다. 이럴 때 일수록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행정부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법’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일하는 국회’를 실천하고 더 나아가서 일 잘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야당도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가는데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해 온전한 국회 논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도 통합당 의원들은 ‘협치’, 공수처 관련 발언 등에 대한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게다가 통합당은 민주당의 단독 본회의, ‘윤미향 논란’, 박원순·오거돈·안희정 등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폭력 사건 등과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등을 집중 비판하며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향후 통합당은 국회 상임위원회 등에 복귀해서도 해당 문제들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강대강 대치 상황이 지속되면서, 다수 법안들에 대한 온전한 논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야가 일제히 민생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또다시 정쟁에만 함몰되고 있다”며 “‘일 안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벗어내기 위해서 시급한 법안 논의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야당이 계속해서 파행을 이어가며 다수의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경우 또다시 단독으로라도 상임위원회 논의와 본회의 처리를 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법안들에 다른 의견이 있다면 국회의 절차에 따라 치열하게 논의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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