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 법률안 접수 보름간 발의 455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 결과
남북관계 키워드와 연관 법안 제안이유 많아···아동학대·코로나19도 법안 발의 다수 반영
기업활동은 ‘과세’·‘투자’ 등 키워드와 연결···노동환경·소득안정 등도 주요 의제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21대 국회가 지난달 31일 개원 이후 여야 상임위원장 배분 갈등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반쪽짜리 개원’에도 임기를 시작한 국회의원들은 국회 고유 기능인 입법권을 행사하기 위해 법률안 발의에 힘을 쏟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가 지난 1일 재·개정 법안 접수를 시작 후 19일 오후 4시까지 법안(결의안 포함) 746건이 발의됐다. 이 중 정부 발의안 39건을 빼면 나머지 707건은 국회의원(의장‧위원장 포함)이 제출한 법안이다. 이는 20대 국회 당시 비슷한 기간 발의 법안 300건보다 2.4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21대 국회 발의 법안 455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

지난 1일~15일까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455건을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한 후, 500회 이상 언급된 키워드(단어)를 중심으로 그린 '워드 크라우드'. / 그림=시사저널e
지난 1일~15일까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455건을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한 후, 500회 이상 언급된 키워드(단어)를 중심으로 그린 '워드 크라우드'. / 그림=시사저널e

시사저널e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왕성한 법안 발의 수준을 보이는 21대 국회의 발의 법안을 분석해 보고자 했다. 개원 초기지만 발의 법안을 살펴보면 21대 국회의원들의 관심 키워드와 주제 등을 파악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향후 본격화될 21대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예견해 볼 수도 있다. 

시사저널e는 법안 접수 첫날인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간 접수된 법안 455건을 추려내 법안명, 대표발의자, ‘제안이유’ 등을 텍스트 데이터로 정리했다. 이 텍스트 데이터를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사이람이 개발한 ‘넷마이너’를 이용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했다.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은 비정형화된 텍스트에 내재된 언어와 지식은 단어와 단어 간의 관계를 네트워크 형태로 모델링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즉 정형화된 텍스트 네트워크 내에서 개념들의 연결 모양(패턴)을 통해 텍스트 의미나 중요한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분석법이다.  

시사저널e는 분석 대상 발의 법안의 제안이유에 포함된 두 글자 이상 단어(명사)를 추출한 후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주요 키워드로 분석했다. 분석 대상 발의 법안 중 제안이유에서 자주 언급될수록 법안 발의자의 의중이 많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추정을 전제로 했다. 

시사저널e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분석 대상 법안 455건을 통틀어 100회 이상 언급된 키워드는 모두 5개다. 이 중 ‘도시’가 157회 언급돼 가장 많은 언급 빈도를 보였고, 이어 ‘주택’과 ‘의료’(126회), ‘안전’과 ‘문화’(108회) 순으로 집계됐다. 100회 미만 언급된 키워드 중에는 ‘교육’(96회), ‘근로자’(95회), ‘감염병’(92회) 등이 있었다. 

◆도시>주택·의료>안전·문화>교육>근로자>감염병  

시사저널e는 언급 빈도가 많은 상위 500개 키워드를 넷마이너의 ‘워드 크라우드’ 기능을 활용해 시각화했다. 워드 크라우드에서 크고 굵게 표시될수록 언급 빈도가 잦다는 것을 의미한다. 

워드 크라우드로 시각화된 주요 키워드를 살펴보면, 부동산 가격 불안으로 인한 주택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산업재해 등 노동 환경 및 아동학대 문제 등과 관련한 키워드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불거진 사회적 이슈들이 21대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점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지난 1~15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455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해 얻은 '남북협력'과 관련한 주제(Topic)를 중심으로 연관 키워드를 '토픽 맵(map)'으로 그려봤다. / 그림=시사저널e
지난 1~15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455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해 얻은 '남북협력'과 관련한 주제(Topic)를 중심으로 연관 키워드를 '토픽 맵(Topic-Keyword map)'으로 그려봤다. / 그림=시사저널e

또 시사저널e는 주요 키워드를 추려낸 후 문서(법안 제안이유)와 단어들 간의 연관성을 분석해 주요 ‘토픽(Topic)’을 추렸다. 개별 법안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법안을 통틀어 21대 국회의원들이 어떤 의제나 주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지 추정해 볼 수 있다. 

토픽 분석 결과에 따라 주요 키워드와 문서간 연관성을 따져 상위 10개 토픽을 추출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근 경색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키워드들이다.

‘남북협력’ 토픽(Topic-10)에서 ‘문화’, ‘협력’, ‘남북’, ‘접경’, ‘평화’ 등 주요 단어(키워드)들이 특정 주제(토픽)와 ‘토픽 맵’(Topic-Keyword map)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의 법안과 비교해보면, 남북이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평화 구축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많았다.  

◆남북 접경 지역서 평화·협력 강조 법안 ‘눈길’

남북관계 회복과 협력 강화를 위한 법안 발의가 대표적이다. 김성원 의원(미래통합당) 등 11인이 발의한 ‘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남북한간 경제적 협력과 사회적 교류는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하에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법안 제안이유에서 의원들은 남북한 간 경제협력 및 교류를 증진시키고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중요한 기반으로 활용하기 위해 ‘통일경제특별구역’을 조성, 개발하도록 했다. 

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빌미로 든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법안 발의가 상당수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홍걸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21명이 지난 5일 공동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 법안은 지난 2015년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국민안전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북전단 및 이에 준하는 물품을 현행법상 남북 간 교역과 반출‧반입 대상에 포함시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개정하고자”고 한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의 대표발의안 외에도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 또는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접경지역지원특별법 개정안 등 법안 4건이 발의됐다.

21대 국회 초반 갈수록 잔혹해지는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 주제도 다양한 키워드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었다. ‘아동보호’ 토픽(Topic-4)을 중심으로 ‘아동’, ‘학대’, ‘피해자’, ‘가족’, ‘사유’등 연관 단어가 주요 키워드로 꼽혔다. 

◆잔혹해지는 아동학대···형량 상향 등 처벌 강화 강조

지난 1~15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455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해 얻은 '아동보호'와 관련한 주제(Topic)를 중심으로 연관 키워드를 '토픽 맵(map)'으로 그려봤다. / 그림=시사저널e
지난 1~15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455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해 얻은 '아동보호'와 관련한 주제(Topic)를 중심으로 연관 키워드를 '토픽 맵(Topic-Keyword map)'으로 그려봤다. / 그림=시사저널e

전용기 의원(민주당)이 지난 11일 대표발의한 ‘민법’ 개정 법안은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 의원의 개정 법안은 친권자의 징계권을 삭제하는 대신, ‘필요 시 훈육의 의무는 부여하되 그 과정상에서 각종 학대는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개정 법안을 지난 10일 대표발의한 이종성 의원(통합당)은 아동학대의 사후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 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의 재발여부 확인업무 등을 거부하거나 방해한 보호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분석 결과를 토대로 관련 발의 법안을 살펴보면, 국회의원들은 아동학대 범죄와 관련해 형량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김원이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무기 또는 15년 이상 징역’, 아동학대중상해죄는 ‘7년 이상 징역’으로 상향하는 안이 포함됐다. 정춘숙 의원은 해당 범죄의 기본형량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과 ‘5년 이상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제출했다. 

또 ‘특정강력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전용기 의원 대표발의안)은 ‘아동학대치사죄’, ‘아동학대중상해죄’, ‘아동학대상습범죄’의 경우, ‘피의자 신상정보공개대상 범죄’에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형법’, ‘형사소송법’, ‘교육공무원법’ 개정법안  등 다수 법안에서 아동학대 예방과 근절을 위한 대책이 담겼다.   

◆코로나19 확산 등 재난 시 의료‧보건 대응 중요시 여겨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최근 재난사태를 반영한 ‘재난의료안전’ 토픽(Topic-1)도 분석 결과 중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5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455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해 얻은 '재난의료안전'과 관련한 주제(Topic)를 중심으로 연관 키워드를 '토픽 맵(map)'으로 그려봤다. / 그림=시사저널e
지난 1~15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455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해 얻은 '재난의료안전'과 관련한 주제(Topic)를 중심으로 연관 키워드를 '토픽 맵(Topic-Keyword map)'으로 그려봤다. / 그림=시사저널e

송석준 의원(통합당) 등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근로자가 양육하는 자녀가 감염병 확산에 따른 감염 우려로 등원 또는 등교가 중지된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가족돌봄휴가를 허용하고, 이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은은 근로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는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달곤 의원(통합당) 등은 감염병 등의 원인으로 학교에서 무상급식 중단된 경우 취약계층에게 식품구입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반영했다. 또 코로나19 발생 초기 보건용 마스크와 손소독제 품귀 현상을 겪은 점을 감안해 신동근 의원(민주당)은 내우외환과 천재지변 시 ‘최고가격’을 지정하고, ‘긴급수급조정조치’가 가능하도록 법제화하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코로나19 등 전염병 대응뿐만 아니라 재난 사태에 적극 대응한다는 취지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도 있다. 개정안으로는 재난 발생 시 피해 주민과 기업 등에게 신속한 금융지원하기 위해 재난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 공무원과 금융기관, 금융기관 임직원의 적극적인 업무 처리를 면책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낙연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재난지역을 전국으로 지정하고 ‘긴급재난지원금’을 명문화하는 안(고민정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등이 있다. 

◆‘경기 위축 대응’ 기업활동 지원은 ‘과세’‧‘금융’‧‘투자’ 등 초점

지난 1~15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455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해 얻은 '기업활동지원'과 관련한 주제(Topic)를 중심으로 연관 키워드를 '토픽 맵(map)'으로 그려봤다. / 그림=시사저널e
지난 1~15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455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해 얻은 '기업활동지원'과 관련한 주제(Topic)를 중심으로 연관 키워드를 '토픽 맵(Topic-Keyword map)'으로 그려봤다. / 그림=시사저널e

코로나19 위기와 경기 위축 등을 타개하기 위한 ‘기업활동 지원’ 토픽(Topic-6)에서는 ‘과세’와 ‘사업자’, ‘금융’, ‘투자’, ‘공제’ 등이 관계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기업활동 지원을 위해 세금 공제 혜택을 주거나 금융제도 완화를 통한 투자 확대하는 방식으로 국회의원들이 개별 법안 발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다. 추경호 의원(통합당)이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합법 개정안은 생산성 향상 등 특정시설 투자로 한정해 투자금액의 일정비율을 공제해주는 현행법의 한계에 주목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등을 고려해 기업의 일반적인 시설 투자에 대해서도 임시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개정안에 넣었다. 

김경만 의원(민주당) 역시 세액공제에 주목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세액공제 비율을 상향해 중소기업의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안을 골자로 한다. 

이외에도 ‘노동환경’ 토픽(Topic-9)에서는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대형 사업장의 화재 등 산업재해와 관련, ‘안전’에 대한 주요 키워드가 많이 언급됐고, ‘최저’, ‘임금’, ‘소득’, '위기’ 등의 단어와 연관성을 맺는 ‘소득안정’ 토픽(Topic-3)도 공통적으로 부각되는 관심 주제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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