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삼성重·대우조선과 기술격차 크지만 中 세계 1위 LNG 소비국
후동중화조선 16척 배정···“기술력 外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반영된 듯”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에 100여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주문했다.

이른바 ‘카타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선박주문은 세계 최대 LNG생산국 카타르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연산량을 기존 7700만톤에서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하기로 결정되면서 성사됐다.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박만 총 120척에 달한다. 국내 주문분량을 제외한 16척은 중국에 의뢰했다.

해당 프로젝트가 발표된 후 국내 조선업계는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이었다. 발주물량 대부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전체 선박수주량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중국과 경쟁을 펼치지만,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부문에 있어선 한국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눈길이 끄는 것은 중국물량이다. QP는 지난 4월 중국 후동중화조선과 16척의 LNG 선박건조 계약을 선제적으로 체결했다. 당시 카타르 프로젝트 수혜를 중국에 뺏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당초 예상대로 한국 조선사들이 물량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중국에 기대 이상의 선박이 배정된 연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선박 건조 실력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점도 분명하지만 카타르가 중국에 16척의 LNG선을 주문한 배경은 기술력보다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부분이 크다”고 해석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LNG 소비국가다. 또한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발주분 전량을 한국에 몰아줄 경우 정치·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신동원 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카타르가 요구하는 LNG선을 제작할 수 있는 조선소가 국내 3사와 중국 후동중화조선 등 전 세계에 네 곳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국내 3사와 중국 간 기술격차가 확연한 상황이지만, 중국 역시 제작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소개했다.

한편, QP와 한국·중국 업체들이 맺은 계약은 ‘슬롯 예약 계약’이다. 선박을 제작하는 도크를 확보하기 위한 선제작업이다. 조선소들은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선박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수주계약을 맺는 순서대로 선박을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비 계약을 통해 가능한 빠르게 해당 선박들을 인도받고자 하는 카타르의 의도가 담겨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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