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 70회 조사에 진술서·조서는 단 6개···대법관 5인도 증거수집과정에 의문
수사팀 수사·감찰 근거와 명분 부족···공정하고 적법한 수사절차 개선 기회 삼아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두고 재심 주장이 나오지만 녹록치 않아 보인다. 검찰 수사팀의 위증 압박이 있었다는 ‘한만호 비망록’은 이미 1, 2, 3심에서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기 때문이다. 법에서 요구하는 나머지 재심 사유도 당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검찰 내부에서 ‘진정인이 수사 검사들을 무고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논란으로 치부할 사안도 아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의 수사에는 ‘결함’도 있었다. 한만호씨는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70여회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1회의 진술서와 5회의 진술조서 외에는 어떠한 조사를 받고 어떠한 진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전 총리의 ‘전부 유죄’ 판단에 반대한 대법관 5명도 이 부분에 의문을 가졌다. 이들은 “증거수집과정이 수사의 정형적 형태를 벗어났다”며 “수사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만호씨의 지시로 자금조성에 관여한 경리부장 A씨가 작성한 장부 사본을 수사기관이 입수한 경위도 도마에 올렸다. A씨는 회사 퇴직 2년여가 지날 때까지 자신의 차 트렁크에 비밀 장부 사본을 보관하다가 검사의 주선으로 수감 중인 한만호씨를 만났는데, 이후 갑자기 장부 사본을 발견해 검찰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대법관 5명은 “경위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의 위증교사 등 주장은 현재까지 기준으로는 너무 앞서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팀에 대한 수사나 감찰 주장 역시 근거나 명분이 부족하다. 반면 대법원에서도 쟁점이 됐던 당시 수사의 문제점을 재조사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명분도 충분하다. 검찰의 수사가 ‘무결’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의 “정밀조사” 발언에 화답하듯 대검찰청도 발 빠르게 진정사건을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했다.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사건이다. 납득할만한 결론이 나와야 한다. 검찰도 수사과정 전반에 걸친 공정하고 적법한 수사절차를 강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