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두 번째 금리 인하에 은행 예·적금 금리 0%대로
국민銀 예금이자 0.3%p 인하
5월 말 정기예금 줄고 요구불예금 늘어···증시 유입 여부 촉각

4대 시중은행 로고. / 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 로고.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제로금리 시대가 열리자 은행 고객들이 예·적금에서 자금을 빼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반면 요구불예금 등 대기성 자금이 크게 늘어났는데 은행 적금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새 투자처를 찾으려는 대기자금이 은행에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5月 정기예금 잔액···전월 대비 7조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5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513조631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과 비교해 7조9059억원(1.53%) 감소했다. 4월 말에도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달 대비 1700억원 줄어든 바 있는데 5월 들어 감소세가 커진 상황이다. 

보통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줄 때는 연말 등 계절적 특수성이 나타나는 때가 보통이다. 작년 12월 말에도 전달 대비 10조500억원이 감소했고 2018년 12월에도 9조2000억원이 감소한 바 있다. 연말 기준을 제외하면 이번 정기예금 감소폭은 2015년 9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은행 업계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로 인하했다. 지난 3월16일 빅컷(1.25%→0.75%)을 단행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열고 불과 2개월만에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은행들은 앞으로 예·적금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선 KB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예·적금 금리를 하향조정했다. 국민은행은 2일부터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 내린다고 전했다.

4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현황 / 사진=시사저널e
4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현황 / 사진=시사저널e

◇요구불예금은 급증···주식 등 새 투자처 찾아 이동할 듯

은행 고객들이 예·적금에서 자금을 빼자 은행권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언제나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으로 수시입출식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을 말한다. 이자가 거의 붙지 않기 때문에 은행에선 ‘대기성 자금’으로 부른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5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432조68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2조8000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지난 3월말 423조2000억원에서 4월 말 419조8800억원을 기록하며 다소 줄어드는 모습이었지만 5월 말에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이후로 코스피 등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4월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현금성 자금이 은행에서 주식 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예상된다. 

5월 들어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의 예·적금 기피가 더 커지고 주식 시장이 안정되면서 요구불예금이 은행에 쌓인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평균 가산금리는 평균 0.3~0.4% 수준이고 정기예금 금리까지 0%대로 낮아지고 있어 연 이자는 0%가 될 전망이다”라며 “어떤 안전자산도 은행보다 금리가 높다는 생각에 은행에 넣어둔 자금이 주식시장 등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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