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영업일 내에 불완전판매 인지 쉽지 않아···하나은행, 도입 이후 0건 접수
하나·우리은행 “영업점 직원, 경각심 가질 것”···펀드 시장 침체 우려도

우리은행(사진 왼쪽)과 하나은행/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그룹
우리은행(사진 왼쪽)과 하나은행/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그룹

제2의 파생결합상품(DLF)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투자상품 리콜제’가 은행권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엇갈린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15영업일이라는 짧은 신청 기간 때문에 불완전판매 피해 고객들이 실제로 투자금 반환 혜택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리콜 방지를 위해 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보다 철저히 고객들에게 위험 요소 등을 안내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판매사인 은행에 필요 이상의 과도한 책임을 지우게 될 경우 펀드 시장 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금융투자상품 리콜서비스’를 시행 중에 있다. 은행권에서 투자상품 리콜제가 도입된 것은 지난 1월 하나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투자상품 리콜제는 금융투자상품 가입 당시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경우 고객들에게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DLF사태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두 은행의 재발 방지 대책 중 하나로 다른 주요 은행들 역시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상품 리콜제는 영업점에서 금융투자상품을 가입한 개인 고객(개인사업자 포함)들을 대상으로 하며 인터넷이나 모바일, 스마트키오스크 등 비대면채널을 통해 가입한 상품은 제외된다. 상품 가입후 15영업일(설정일 포함) 이내에 은행의 인터넷이나 콜센터를 통해 민원을 접수하면 ▲고객 및 판매인 사실관계 확인 ▲불완전판매 여부 심사 등을 거쳐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다.

고객으로부터 리콜이 접수되면 각 은행들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 ▲부당권유 등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판매자가 투자자의 성향분석을 임의로 작성하거나 고령투자자 보호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상품 주요 내용 및 위험성 등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불완전판매에 해당돼 리콜 대상이 된다. 하나은행 역시 ▲적합성 원칙 준수 ▲설명의무 준수 등을 기준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한다.

두 은행의 투자상품 리콜제 도입을 두고 일부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투자 손실이 발생한 후 불완전판매 여부를 인지하는데 ‘15영업일’로 제한된 신청 기간 때문에 피해 고객이 원금 반환 혜택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DLF사태 역시 상품 판매 후 수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원금손실,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졌다. 투자상품 리콜제 도입 이후 4개월이 지난 하나은행에는 아직까지 단 1건의 리콜 신청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 불완전판매 심사 주요항목/사진=우리은행 홈페이지
우리은행 불완전판매 심사 주요항목/사진=우리은행 홈페이지

반면 은행권에서는 리콜 서비스로 인한 직접적인 혜택보다는 간접적인 예방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는 기대가 다수 나오고 있다. 고객의 리콜 신청을 방지하기 위해 영업점의 직원들이 상품 판매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적법한 서류징구와 녹취 등이 불완전판매 판단 기준상 ‘리콜 제외 기준’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판매자는 서류와 상품안내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리콜 신청이 들어오면 판매 직원에 대한 조사가 들어가게 된다”며 “영업점 직원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리콜제 도입의 가장 큰 의미는 직원들에게 ‘완전 판매를 하라’는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투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적합성 원칙 준수 확인을 위해 기재하는 투자자 확인서를 전자서식화했고 미기재시 상품 가입이 안 되도록 전산을 개발, 도입했다”며 “기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만 시행하던 해피콜도 전체 투자상품 가입 손님에게 확대 적용해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콜제 도입 이후 아직 접수 사례가 없는 것은 이러한 노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은행에 앞서 리콜제를 도입했던 증권사 등을 참고해 15일이라는 기간을 정했다”며 “아직 제도 도입 초기기 때문에 신청 기간을 포함한 지적들에 귀를 기울이고 향후 제도를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판매사인 은행에 필요 이상의 책임이 주어질 경우 펀드 시장의 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두 은행 이외에 다른 은행들이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은행이 리콜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은행에서 펀드 상품을 파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상적인 투자를 했더라도 손실이 발생하면 고객들은 불완전판매를 의심하게 된다”며 “리콜 신청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펀드 상품 판매 등이 위축될 위험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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