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 “기사 통해 철수 계획 접했다. 오늘도 전달 받은 내용 없다”
중고차 가격 하락 등 기존 차량 보유자도 손실 불가피
한국닛산 “딜러사 대한 지원책 강구”

닛산 서초 전시장. / 사진=시사저널e

닛산자동차가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 16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국시장에서 버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딜러사 직원들과 기존 차량 보유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29일 방문한 닛산 서초 전시장은 한산했다. 2~3명의 직원이 전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닛산의 한국시장 철수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고 밝혔다. 한국닛산 딜러사 관계자는 “전날 기사를 통해 철수 계획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도 전달 받은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닛산에 따르면 닛산은 경영 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한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스페인 공장도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닛산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닛산은 2020년 12월 말 부로 한국 시장에서 닛산 및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닛산은 지난 회계분기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전날 닛산의 발표에 따르면 닛산은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연결 재무제표 기준 7조71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6개월 동안 급여 50%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닛산은 한국 시장에서 버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불매운동과 코로나19가 겹치며 한국닛산의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닛산의 판매량은 813대다. 전년(1384대) 대비 41.2% 감소한 수치다.

닛산 한국 시장 판매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문제는 갑작스러운 결정 탓에 딜러사들이 대처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무너지게 생겼다는 점이다. 그간 한국닛산은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반박했다. 지난해 9월30일에는 입장문을 통해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한국시장 활동을 지속하겠다”면서 “한국닛산의 사업 파트너사들과 함께 다시금 건전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닛산 공식 딜러사는 프리미어 오토모빌(서울·경기), 신창모터스(영남권), 프리마 모터스(호남권) 등이다. 이 중 핵심 딜러사인 프리미어 오토모빌은 재무적으로 무너질 위기다. 단기차입금은 92억2290만원에 달하지만 자금 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들어 당기순손실도 적자로 전환(12억6532만원)했다. 자본 총계는 1168만원만 남아 있어 개선 여지가 없다면 연내 완본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딜러사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딜러들의 손실이 가장 클 것이다. 최선은 딜러사와 닛산이 고통을 분담하는 것인데, 만일 닛산이 딜러들에게 고통을 떠넘긴다면 소송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닛산은 딜러사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국내 닛산 차량 보유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한국닛산은 입장 자료를 통해 국내 법규에 의거해 향후 8년 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에서의 차량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애프터세일즈 서비스를 진행한다고는 하나 인피니티, 닛산 차종 소유자들의 손실이 예상된다. 차량 재판매 시 가격 하락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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