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 및 소득불평등 개선 방법으로 부상
IMF도 연대특별세 제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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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으로 재원 조달이 어려워 국채를 발행하는 등 나랏빚이 커지자 일부 경제학자들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세를 통하면 빚을 적게 내면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앞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할 불평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경제 보호 기금을 마련할 방법으로 ‘연대특별세’를 통해 소득·부동산·부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방법을 검토해보라고 제안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과세 제도를 도입해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부유세는 일정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즉 많은 재산을 가진 부자, 상위계층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을 뿐만 아니라 과세를 하고도 남은 재산이 충분한 이들이기 때문에 부를 재분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1995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소속 15개국이 부유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위스, 벨기에, 노르웨이, 스페인 등 4개국에만 부유세가 남아 있다. 지난해 발간된 OECD 보고서를 보면 21개 회원국 가운데 68%가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늘려 빈곤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서 소득 불평등이 더 심화하고 국가채무비율도 올라가자 부유세가 재조명받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규모가 몇 십조원 단위로 넘어가면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더 걷는 것이 맞다”며 “한시적인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부가 많은 이들에게 세금을 거두면 자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게 하거나 이를 양도하게 햐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전문가들은 소득 기준이 아니라 부를 기준으로 하면 근로 의지나 사기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부를 재분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 학자나 사업가들도 코로나19 해법으로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9일(현지 시각) 프랑스 라디오 RTL과의 인터뷰에서 “부유세는 없어져서는 안 되며 지금은 그것을 되돌려야 할 때”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부유층보다는 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선사업가이자 오마하의 현인인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는 “부유세 등을 도입해 소득격차를 줄이고 스스로를 훨씬 더 부유하게 만들 수 있는 재능을 갖고 태어난 이들에게는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2년 대선 때 민주노동당의 공약으로 부유세가 대중에 알려졌지만 보수층의 극심한 반발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부유세를 도입하면 소비나 투자가 위축되고 탈세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다.

이런 이유로 미국, 프랑스의 부유세는 좌초됐다. 앞서 일본, 독일, 아일랜드,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도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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