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나라별 단순 국가채무비율 수치 비교는 무의미"
국채 발행 신중론 부상···부유세 한시 도입 얘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40조원에서 5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대규모 확장재정정책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현재는 경제 전시상황”이라며“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30조원으로 예상됐던 3차 추경 편성 규모가 40조원대, 많게는 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40조원 규모의 3차 추경이 편성된다면 1·2차 추경 23조9000억원에다 40조원이 더해져 올해 정부 지출액이 56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차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본예산보다 13조8000억원 증가한 819조원이 됐다. 이로써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1.4%로 올랐다. 3차 추경을 집행할 경우 국가채무비율이 45%를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통상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경우 국가 부채 비율이 45% 선을 넘어가면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다고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일 ‘2020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최근 급격한 재정적자 증가는 향후 재정건전성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단기적 지출 확대와 조세부담 완화는 경기회복 이후의 지출 감소와 조세부담의 정상화로 보완될 것임을 명시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민간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당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과감한 3차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올해 2차 추경으로 41%, 3차 추경으로 약 46%까지 급격히 상승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OECD 회원국 전체의 평균 부채비율이 올해 28%포인트나 급등할 것임을 감안하면 우리는 오히려 적은 수준이라 할 것”이라며 “경제 선진국이라는 미국, 일본, 독일도 모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 이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진국과의 단순한 국가채무비율 비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송영남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는 “3차 추경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이 국가 부채인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아직 건전하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경제 규모에 따라 다르게 분석해야 한다”며 “경제 규모가 큰 나라의 경우 채무비율이 높아도 갚을 능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되며 자칫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미래연구원 소속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1인당 GDP 3만달러 도래 시점에서 다른 나라와 국가 부채비율을 비교하는 것이 맞다”며 “지금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또 하나 감안해야 할 것이 고령화 비율인데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도 매우 빠르다. 높은 고령화 비율은 국가채무비율을 많이 훼손시키게 된다. 재정 여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다른 국가채무비율과 수치를 단순 비교할 것이 아니라 경제 규모에 따라 채무를 갚은 능력 등을 따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국채를 발행하는 문제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무작정 발행할 것이 아니라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꾸 국채 발행을 얘기하는데 추경 규모가 몇 십조원 단위로 넘어가면 세금을 더 걷는 것이 맞다”며 “한시적인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 부가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는 방식은 충분히 얘기가 된다”며 “열심히 일해서 소득이 높은 이들보다는 부가 많은 이들에게 세금을 거두면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게 하거나 양도하게 햐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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