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급여도 지급 못 해···4개월 째 임금체불
제주항공 “임금체불 관련 오너 일가 책임감 요구, 사재출연 언급한 건 아니다”

이스타항공 2015년~2020년 1분기 수익성 추이.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이스타항공이 5월 임금도 체불했다. 2월부터 4개월 째 정상적인 급여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매각 절차가 지연되고 임금체불액이 늘면서 이스타항공 오너일가에 대한 ‘사재출연’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전날 ‘5월 급여 관련 공지’ 글을 통해 5월 급여 지불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엔 급여의 40%만 지급했고 3월과 4월에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당초 업계에서 추산한 지난달 기준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액은 200억원이다.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한 계산이다. 지난 18일 정정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연간급여 총액은 934억원이다. 월별 지급액으로 환산하면 이스타항공이 매달 급여 지급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77억원 수준이다.

늘어난 체불임금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매각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에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체불임금 지급을 위해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을 요구했다는 말들이 나온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임금체불에 대한 오너 일가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을 뿐 사재출연을 언급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사재출연 등 구체적인 방법을 언급한 건 아니다. 다만 임금체불 해소를 위해 오너 일가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지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이스타홀딩스(39.6%)와 비디인터내셔널(7.4%) 뿐이다. 2곳 모두 오너 일가와 관련된 업체다.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자녀 이원준·이수지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상직 당선인은 19대 국회의원 당선 이후 보유하더던 이스타홀딩스 지분을 이들에게 물려줬다. 이수지 씨는 이스타항공의 브랜드마케팅 본부장 겸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비디인터내셔널도 창업주 이상직 당선인과 관련 있다. 법인 등기사항에 따르면 비디인터내셔널은 2018년 이스타인터내셔널에서 현재 상호로 변경했다. 소재지는 이스타항공과 동일한 서울 강서구 양서빌딩이다. 창업주는 이상직 당선인이다.

직원들의 오너 일가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의 사재출연 요구는 지난달 8일 처음으로 터져 나왔다. 지난달 8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에 대한 조종사노조의 입장’ 성명문을 통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회장과 오너 일가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주식 매매계약이 체결된 제주항공으로부터 거액을 챙겨나갈 것에만 골몰하고 있다”면서 “창업주 이상직 전 회장과 오너 일가는 즉각 사재를 출연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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