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예금금리 3개월동안 0.31%p↓···신협·새마을금고에 역전
신협 여신업무광역화도 ‘위협’···소수 주거래고객마저 은행으로 이탈 우려

서울시내 한 저축은행 영업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저축은행 영업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최근 수년간 제2의 전성기를 누려왔던 저축은행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발 초저금리 기조로 인해 저축은행의 금리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제도적 변화로 인해 타업권과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저축은행과 경쟁관계인 신협은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인 여신구역 확대를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보장받아 세력 확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1금융권과 2금융권 간 주거래 계좌 이동이 용이한 계좌이동서비스도 새롭게 도입돼 저축은행의 고객들이 은행권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저축은행업계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져왔던 높은 수신금리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정기예금 1년)는 2.25%에 달했으나 지난 3월 1.94%까지 하락했다. 하락폭은 0.31%포인트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협은 2.16%에서 2.03%로 0.13%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으며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역시 각각 0.11%포인트, 0.1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제2금융권 중 가장 높은 예금금리를 자랑했던 저축은행이 이제는 신협(2.03%)과 새마을금고(1.98%)에 뒤쳐진 3위가 됐다.

애초에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하더라도 초저금리 기조가 일부 대형 저축은행에게 은행 고객을 유치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업계 1, 2위 저축은행들도 결국 늘어나는 이자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이달 들어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26일부터 SBI스페셜정기예금과 SBI스페셜복리정기예금의 금리를 기존 1.9%에서 1.8%로 0.1%포인트 인하했으며 OK저축은행도 지난 11일 OK정기예금, OK안심정기예금, OK정기적금 등의 금리를 각각 0.1~0.2%포인트씩 내렸다.

이런 예금금리 인하는 자연스럽게 고객이탈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저축은행의 예금고객들은 안정성과 편의성보다 높은 이자 수익을 선택한 이들이기 때문에 시중은행 고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성장을 위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게 된 신협의 도전도 저축은행업계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영업 구역을 확대하는 신협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개정안은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다른 상호금융권과의 형평성 문제로 보류됐지만 대신 금융위원회는 신협법 시행령을 개정해 여신 업무에 한해 영업 구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현행 226개 시·군·구로 나눠져 있는 여신업무 구역이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 10개 권역으로 광역화된다. 저축은행에 버금가는 대형 조합들이 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히려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조합원들의 출자금이 있는 신협이 보다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신협의 평균 대출금리는 4.18%로 저축은행(10.18%)의 절반 이하기 때문에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수신고객에 이어 여신고객의 유출까지 우려해야할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26일 도입된 계좌이동서비스도 저축은행 업계에 일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계좌이동서비스는 계좌의 자동이체 현황을 한번에 조회하고 다른 계좌로 변경하는 기능으로 고객들이 편리하게 주거래 계좌를 옮길 수 있게 해준다.

기존에는 ‘은행-은행’ 또는 ‘2금융권-2금융권’ 사이에서만 가능했으나 26일부터는 1, 2금융권의 구분 없이 주거래 계좌를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저축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있는 고객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계좌이동서비스가 저축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만약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낮아진다면 소수의 주거래고객마저 은행권에 뺏길 위험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2금융권을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은 편의성, 접근성 등의 측면에서 기존 은행권 고객들과 다른 니즈를 가지고 있다”며 “계좌이동이 쉽게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즉각적으로 고객들이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쉬운 대출이나 높은 예·적금금리 등 저축은행 고객들이 중요시하는 요인들이 사라질 경우에는 조금씩 이동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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