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라 불렸던 미 셰일, 고유가 때만 경쟁력···유가폭락에 추풍낙엽
유정관 납품업체 수요급감 우려···“보호무역주의 팽배 땐 고충 더욱 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강관사업을 영위하는 철강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제품수요가 급감한 데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경쟁력을 잃은 미국 셰일산업의 회복이 더디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돼 유정용 강관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타격도 심화될 전망이다.

1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이 수출하는 유정용 강관의 상당수는 미국에 판매된다. 철강업회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출된 유정용 강관 12만2000톤 중 93.7%가, 지난해 수출된 36만4000톤 중 92.6%가 미국이 수요처였다. 셰일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유전개발용 강관수요가 높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누렸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 셰일산업은 기존 원유 채굴방식보다 단가가 낮다. 고유가시대에는 경쟁력을 갖지만 지금과 같은 유가가 낮아졌을 때는 경쟁력을 잃는 한계를 지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원유수요가 감소하고, 러시아·사우디 등의 감산경쟁이 펼쳐지면서 ‘셰일혁명’이라 일컬어졌던 현지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국제유가가 한 때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낮아지자, 고정비용을 감내하지 못했던 부실 셰일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했다. 산유국들의 감산합의가 늦춰지면서 이와 같이 파산하는 기업도 늘어나게 됐으며, 현재 미국의 셰일산업 전반이 위축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산유국들 간 갑산합의가 이뤄졌으나 국제유가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 강관업계의 출하량이 급감한다는 데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요감소 현상이 도드라진 것은 이달 초부터다. 수요절벽이라 할 정도의 본격적인 타격은 내달로 점쳐진다. 통상 주문·구매계약을 체결하고 납품에 이르는 기간이 4개월여기 때문이다. 유가폭락으로 촉발된 위기감이 4개월이란 시차를 거쳐 국내 강관시장에 상륙한 셈이다.

국내 강관판매 1위 세아제강의 경우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유정용 강관을 생산 중이다. 현지에서 생산된 물품들은 즉각적으로 수요처로 이송되며, 포항공장에서 생산된 강관들은 선박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현재까지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지고 있으나, 미국 현지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감산을 고심 중이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사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저유가로 인해 미주지역 에너지용 강관의 신규판매 등이 급감한 것은 맞다”면서 “미주를 제외한 국내외 시장에서 발주취소에 따른 매출타격은 현재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 하며 생산량 조정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가 쿼터제가 시행되며 판로가 회복된 지 1년 만에 이와 같은 상황을 맞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셰일산업이 활기를 띠며 수혜를 입긴 했지만 특수를 누렸던 것은 아니”라면서 “보호무역주의 등과 같은 어려움을 수차례 겪어 왔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걱정스러운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며 수요가 급감한다는 데 있다”면서 “유가가 반등해 미국 셰일산업이 정상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기조아래 재차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다면 국내 강관업체들의 어려움이 지금보다 더욱 심화될 것”이라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