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연체율 1분기만에 0.44%p 상승···중기대출 비중 60% 육박
‘충격흡수 능력’ NPL 커버리지 비율도 하락세···“보수적으로 충당금 쌓아야”

자료=각 사/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각 사/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연이어 경고했던 지방은행 위기론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지역 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감에 따라 은행의 건전성이 최근 급속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향후 건전성 악화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은행의 경우 충격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NPL(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도 당국 권고 수준 아래로 떨어지고 있어 보다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건전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5개 지방은행(부산, 경남, 전북, 광주, 대구)은 모두 지난 1분기 동안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직접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대구은행은 연체율이 지난해 4분기 0.52%에서 0.96%로 0.44%포인트나 상승했으며 부산은행도 같은 기간 연체율이 0.43%에서 0.66%로 0.23%포인트 악화됐다. 경남은행과 전북은행도 각각 0.15%포인트, 0.13%포인트씩 상승했으며 광주은행은 0.42%에서 0.43%로 오르며 가장 적은 상승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소폭 상승에 그쳤다.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신한은행은 0.26%에서 0.31%로 0.05%포인트 악화됐으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0.01%포인트만이 올랐다. KB국민은행은 0.24%의 연체율을 유지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들에 비해 지방은행들의 위기 징후가 일찍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높은 중소기업 대출 비율 때문에 앞으로 지방은행들의 부실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분기말 기준 5개 지방은행의 대출 총액은 144조6668억원으로 이중 중소기업 대출(85조1271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8.84%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58.18%)에 비해 0.66%포인트 증가했으며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39.88%)에 비해 18.96%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중소기업대출 총액 자체도 1분기만에 2조2976억원(2.77%) 늘어났다.

은행 별로는 경남은행의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62.46%로 가장 높으며 부산은행(60.81%)과 대구은행(59.98%)이 그 뒤를 이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각각 51.91%와 51.01%로 높은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수출 제조기업과 자영업자 등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한 차주들이 모두 포함돼 있는 중소기업 대출은 최근 은행 부실의 최고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무디스는 지난 3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등 5개사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지난달 취임 2주년 간담회를 통해 “시중은행은 당분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지방은행은 옛날부터 어려웠기 때문에 신경 쓰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방은행의 충격 완화 능력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1분기말 기준 5개 지방은행의 NPL(고정이하여신비율)커버리지비율은 평균 91% 수준으로 나타났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사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에 대해 적립한 대손충당금의 비율을 뜻한다. 부실채권이 급증하는 경기하강기에 중요시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금융사가 부실로부터 충격을 덜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10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5개 시중은행 중 NPL 커버리지비율이 100%가 넘는 곳은 부산은행과 광주은행 두 곳뿐이다. 가장 비율이 높은 부산은행도 지난해 말 113.57%에서 111.09%로 소폭 악화됐다. 가장 수치가 낮은 경남은행은 81.03%에서 74.12%로 급락했다. 4대 시중은행의 평균 NPL 커버리지비율(115.15%)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의 보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해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지역 경제 침체로 지방은행은 위기 속에 놓여있었다”며 “시중은행에 비해 이른 바 기초체력이 부족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역 내 위기 기업을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충당금을 보다 보수적으로 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