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순익 합계 전년 대비 80% 이상 하락 전망
코로나19 탓에 운용 및 IB 수익 급감
ELS 헤지 규모 큰 한투증권은 순손실 가능성도 제기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 1분기 어닝 쇼크(earning shock)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따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부문에서 수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업계 내에서 순이익을 가장 많이 올렸던 한국투자증권의 경우엔 순손실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올 1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내놓는 기관마다 세부적인 수치는 다르지만, 증권사들이 최근 몇 년 중 가장 부진한 분기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실제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요 증권사(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의 1분기 합산 지배주주 순이익이 159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81.8% 감소한 수치다. 메리츠증권 역시 이들 증권사의 올 1분기 합산 순이익이 147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3.1%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하이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역시 이들이 다루는 증권사들의 순이익 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표=시사저널e.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표=시사저널e.

코로나19로 인해 운용 관련 수익이 급감한 것이 1분기 실적 부진의 공통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주식, 채권 등의 운용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은행(IB) 부문의 신규 딜이 감소하고 미매각 부동산이 늘어났다는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다만 사업 비중에 따라 증권사 간 실적 차이는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IB와 자산운용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높은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부문의 수익 비중이 높은 증권사 대비 실적 감소가 더 뚜렷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ELS 운용 관련 자체 헤지 비중이 큰 대형 증권사들의 수익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최악의 경우 분기 순손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68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업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낸 바 있다. IB와 자산운용 부문이 호조를 보인 덕이었다.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2.59%로 대형 증권사 중에선 가장 수치가 좋았다. 

그러나 올 1분기 코로나19로 상품 운용 관련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올 1분기 실적에 대해 “적극적인 자체 헤지 전략으로 인해 파생결합상품 헤지 운용에서 타사보다 큰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증권 별도로는 91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 부문에서만 별도 기준 2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 만일 한국투자증권이 1분기에 순손실을 기록하게 되면 2008년 이후 가장 부진한 시기를 보내게 될 전망이다. 

다만 향후 증권사 실적에 대해선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지났다고 판단된다”며 “1분기 실적 저하의 주범인 ELS 헤지 관련 손익 변동성이 글로벌 증시의 빠른 반등에 따라 축소될 수 있는 데다 코로나19의 확진자 감소에 따른 IB 부문의 실적 회복도 기대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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