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국회 행안위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발 묶여···19대 이어 20대에도 폐기 위기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 “논란 없는 법안, 21대 넘기지 말고 합의처리 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8년 6월 공개한 1970년 당시 선감학원 아동들. 인권위는 선감도에서 강제노역을 해야만 했던 아동들의 사례를 담은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안산 선감도에서 소년 감화 목적으로 설립된 선감학원은 해방 이후 경기도가 그대로 인수해 1982년까지 국가 정책에 따라 부랑아 수용 시설로 활용됐다. / 사진=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8년 6월 공개한 1970년 당시 선감학원 아동들. 인권위는 선감도에서 강제노역을 해야만 했던 아동들의 사례를 담은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안산 선감도에서 소년 감화 목적으로 설립된 선감학원은 해방 이후 경기도가 그대로 인수해 1982년까지 국가 정책에 따라 부랑아 수용 시설로 활용됐다. /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 처리를 막고 있다고 지목되는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참패했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20대 국회가 민의를 받아들여 남은 임기 안에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시민사회 주장이 나왔다.

국가 공권력이 벌였던 반민주적·반인권적 폭력 사건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을 제외한 여야 합의로 9년 만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19일 “(21대 총선에서) 국민은 반시대적인 미래통합당에 대해 준엄하게 심판했다. 과거사법 개정과 같은 상식을 특정 인사들의 정치이익으로 타산한 결과라고 본다”며 “20대 국회는 이번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과거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더 이상 인권피해자들과 유족들을 볼모 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자행된 각종 인권침해 사건들을 언급하면서 “과거사 문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고 속히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21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에 태워 통과시킬 수도 있지만, 개정안은 논란이 있는 법이 아니고 합의처리를 통해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토대로 바로잡고 인권과 평화의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12월 국회는 여야 의원 159명의 찬성으로 과거사법을 통과시켰다. 과거사법에 근거해 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설립 이후 1년간 1만860건의 제보를 받아, 이듬해 4월부터 4년 2개월 간 총 1만1172건의 조사를 마쳤다.

간첩조작사건 외에도 한국전쟁 민간인 집단학살, 지역별 보도연맹사건, 부랑시설 감금 및 인권유린,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강기훈 유서 대필사건 등이 ‘진상규명’ 결정을 받았다. 과거사법은 8400여건의 억울함을 해소해줬다.

그러나 피해접수 기간이 짧았던 탓에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들도 많았다. 형제복지원 사건, 선감학원 사건, 납북어부 사건 등이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이에 진선미 의원을 시작으로 여러 의원들이 과거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으로는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재개 ▲진실규명 범위 변경 ▲진실규명 대상 범위 확대 ▲자료제출 요구 근거 마련 ▲위원회에 의한 청문회 실시 ▲정부에 적절한 조치 강구할 의무 부여 등이 있다.

하지만 개정안 발의 후 과거사법은 계속 국회를 표류했으며,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13개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피해자들은 20대 국회에 개정안 통과에 기대를 걸었으나, 20대 국회 임기는 오는 5월 29일로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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