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신 BC카드 지분 34% 취득
기존 금융권 최대주주···인뱅 설립 취지 퇴색 지적도

케이뱅크 주요 주주 지분율 현황/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케이뱅크 주요 주주 지분율 현황/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있던 케이뱅크에 새로운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부결로 대주주 길이 막혔던 KT 대신 자회사인 BC카드가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서는 플랜B가 가동되면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의 자회사를 통해 지분 확보를 우회하는 방식이 꼼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기존 금융권이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인터넷전문은행 1호라는 의의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BC카드, KT 대신해 지분 34% 취득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를 취득하고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로 의결했다고 15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BC카드는 KT가 가진 10%의 케이뱅크 지분을 363억원에 사들인다. 취득 예정일은 17일이며 KT가 추후 지분 매각 결정을 내리면 BC카드는 케이뱅크의 2대 주주가 된다.

지분 취득과 함께 케이뱅크가 현재 추진 중인 59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최종적으로 지분 34%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다.

BC카드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약 3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 14일 BC카드가 이사회에서 마스터카드 주식 145만4000주를 4299억원에 매각하기로 의결한 것 역시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실탄 확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자회사 우회 ‘꼼수 논란’···ICT 기업 부재로 말뿐인 인뱅이라는 지적도

당초 케이뱅크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를 최대주주로 올리기 위해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이 부결되자 KT의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한 우회로를 선택했다.

이는 앞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1대 주주가 될 때 활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의 이전 대주주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지주)는 지분 정리 과정에서 카뱅 지분 29%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에 매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투증권이 2017년 채권금리 담합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향후 5년간 인터넷은행의 한도 초과 주주가 될 수 없게 됐다.

이에 한투지주는 한투증권 대신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한투자산운용)에 5%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넘기는 우회 전략을 선택하면서 꼼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금융위원회가 매각안을 승인하면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3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카카오뱅크의 전례에 따라 케이뱅크의 우회 전략도 금융위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지만 문제는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기존 금융권이라는 점이다.

카카오뱅크는 결과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카카오가 대주주로 올라선 데 반해 케이뱅크는 기존 금융권인 BC카드가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KT가 아닌 BC카드가 최대주주가 되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주도의 금융 혁신’이라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 특히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만큼 이런 지적을 피하기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BC카드는 카드사이긴 하나 업계 최초로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ICT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금융사”라며 “KT의 자회사인 만큼 ICT 방면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본다면 BC카드의 최대주주 등극이 ICT 기업 주도라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걸맞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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