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로 전 국민 보편 지급 주장 힘 받은 민주당···“위기 상황서 보편 지급보다 고용 대책 중심 돼야” 반론도
정부 지급 방식 한계에 ‘보편 지급, 선별 환수’ 대안 제기

지난 3월 24일 오후 대구시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에서 한 상인이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고자 유리로 된 가림막을 설치 후 콩나물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24일 오후 대구시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에서 한 상인이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고자 유리로 된 가림막을 설치 후 콩나물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편성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과 방식이 변화할 가능성이 생겼다. 전 국민 확대 지급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을 확보한 데다 미래통합당도 전 국민 지급을 요구했다. 다만 전 국민 지급이 현재 위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16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지방정부 분담금 2조1000억원을 합하면 9조7000억원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지원하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다. 추경 재원 전액은 국채 발행 없이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마련했다.

정부는 가구원수에 따라 최대 100만원을 소득 하위 70% 이하에 해당하는 1478만 가구에 선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소득 하위 70% 가구에 속하더라도 가구원의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금액이 9억원을 넘거나 금융종합소득세의 부과기준이 되는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 가구는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이러한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그러나 심의 과정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나 방식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거대 양당 모두 코로나19 어려움을 전 국민이 겪고 있다며 지급 대상을 모든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기존 20대 국회가 4월 임시 국회에서 2차 추경안을 처리하지만 지난 15일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확보해 여당 입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여당인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소득에 관계없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차 추경에서 정부가 제시한 규모보다 3조원 가량 증액해 13조원(지방정부 분담금 포함)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세부 내용에서 민주당과 다르다. 미래통합당은 가구원 기준이 아닌 국민 1인당 5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정부의 올해 본예산 조정으로 25조원 재원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민생당과 정의당도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확대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그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 여력을 감안한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홍 부총리는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100% 전국 가구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소득 하위 70%라는 지원기준은 정부가 긴급성, 효율성, 형평성과 재정 여력을 종합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다”며 “이 기준이 국회에서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급 대상 범위에 대해 정부와 국회 입장이 엇갈리면서 국회 논의 과정과 청와대의 입장이 중요해졌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도 의견이 다르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코로나라는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 좋다”며 “이를 선별하는 작업이 어렵고, 경계선에 있어 받지 못해 억울해 하는 국민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선별 작업 자체가 과학적으로 엄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경우를 통해 보편주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이 현재 위기 상황에서 최선의 대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 논의가 시작된 때는 누구를 지원할지 알기 어려웠었다. 지금은 코로나 위기 타격이 저소득층, 취약계층의 무급휴직이나 해고에 집중되는 게 드러나고 있다. 이 부분에 예산을 대거 투입해야한다”며 “재난지원금을 보편에 가깝게 지급하는 것이 최선의 방식이 아니다. 피해를 직접 입은 계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용 대책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 정부 방식 최근 소득 파악 한계···‘보편 지급·선별 환수’ 가능성 주목

또한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의 변화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선정기준인 건보료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작년인 2018년 소득과 재산자료를 바탕으로 하기에 코로나19로 받은 최근의 충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로 최근 소득이 급감한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등이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완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자영업자 등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3월의 소득감소 관련 증빙서류를 토대로 보험료를 가(假) 산정하고 선정기준을 충족하면 지원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득감소를 증빙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로 ▲매출액 입금 내용 확인 가능 사업자 통장(또는 은행 계좌) 거래명세 사본 ▲밴(van)사 또는 카드사를 통한 신용(직불·현금)카드 매출액 확인서(카드사로부터 매출액 입금명세가 확인되는 사업자 통장 사본 등) ▲현금영수증 매출명세 ▲매출(전자)세금계산서 합계표, 매출 전자계산서(면세) 합계표 ▲세무 대리인(세무사·회계사)이 확인한 매출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하면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프리랜서 등의 경우 “프리랜서, 학습지 교사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도 자영업자와 같이 소득감소 증빙자료를 첨부하면 이를 토대로 가 산정 보험료를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한다”며 증빙서류는 용역계약서, 위촉서류, 소득금액증명원, 노무 미제공(또는 소득감소) 사실확인서(노무 미제공확인서, 휴업확인서, 기타 일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관계기관 사실확인서 등) 등을 활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선별 방식은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복잡하고 까다롭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재난지원금을 받아야 할 대상인데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나라살림연구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 시민단체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 등은 보편 지원과 선별 환수 방식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이는 보편적 지원 방식으로 신속하게 지급하면서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환수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방안이다. 유종일 대학원장은 지난 13일 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 이슈페이퍼를 통해 “이 방안들은 모두 금년 소득에 대한 소득세 부과와 연동한 환수 방안이기에 코로나19 피해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며, 소득의 증가에 비례해 환수액이 커지므로 수직적 형평성이 뛰어나다”며 “국세행정을 활용하기에 행정비용도 최소화된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는 꼭 필요한 분들에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런 입장을 견지한다”며 “신속성 차원에서 100% 다 드리는 게 쉽고 논란의 소지도 없다.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다시 환수하겠다고 하는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보편적으로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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