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통위원에 조윤제·주상영·서영경···고승범, 사상 첫 연임
주미대사 지낸 친정부 인사, 총재급 영향력 기대···진보학자·한은 출신 인사 추가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윤제, 주상영, 서영경, 고승범 금융통화위원 후보/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윤제, 주상영, 서영경, 고승범 금융통화위원 후보/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한국의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새로운 체제를 맞이하게 됐다.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던 위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고 진보학자와 한국은행 출신 인사가 새롭게 추가됨에 따라 금통위 전체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16일 한국은행법 제13조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의 기관장들이 각각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와 주상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을 새 금통위원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조동철, 신인석, 이일형 금통위원과 함께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고승범 금통위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추천으로 연임하게 됐다. 이는 지난 1950년 금통위가 출범한 이후 첫 연임 사례다. 이들 후보는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금통위원직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조윤제 후보자는 1952년생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으며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으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현 정부에서도 2년동안 주미대사를 지내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2018년에는 한은 총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한은 안팎에서는 조 후보자가 ‘총재급 금통위원’으로서 이 총재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이지만 성장 중심의 서강학파와는 다소 결이 다른 진보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매파나 비둘기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적인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964년생인 주상영 후보자는 상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외정책연구원(KIEP)와 세종대학교 등에 몸담았으며 현재는 건국대 교수와 기재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 후보자는 학현(學峴)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르는 진보 경제학자 모임 ‘학현학파’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소득분배와 재정확대 등을 주장해왔으며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재정정책과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서영경 후보자는 한은 최초의 여성 부총재보를 지낸 내부출신 인사다. 1963년생으로 창문여자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조지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은에서 국제연구팀장과 금융시장부장, 부총재보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과 대한상공회의소 SGI 원장을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은 출신 인사들은 매파적 성향을 띠기 때문에 서 후보자 역시 통화긴축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존 금통위 내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조동철, 신인석 금통위원이 모두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금통위 전체의 성향도 다소 매파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위원의 연임은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감안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금통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4명의 금통위원이 전원 교체될 경우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특히 고 위원은 외환위기와 저축은행 사태 등 대형 위기때 해당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새 금통위원들의 임기는 조 후보자와 서 후보자가 4년, 고 위원과 주 후보자가 3년이다. 이는 금통위원 무더기 교체를 막기 위해 개정된 한은법에 따른 것이다. 임기는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며 첫 금통위는 내달 28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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