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月 보험약관대출, 전달 대비 24.4% 증가
작년 보험업계 약관대출 증가세 꺾이다 올해 급증
“고금리 상품이라 대출에 신중해야”

사진=셔터스톡
지난해 말까지 감소 추세였던 보험업계의 약관대출이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사진=셔터스톡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약관대출이 올해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작년 성장세가 꺾이던 약관대출이 올해 코로나19로 서민들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다시 증가세로 바뀐 것이다. 현금 확보가 시급한 가운데 은행권 대출이 막힌 서민들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서민들 살기 힘들어졌다” 감소하던 약관대출 상승 전환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업계 상위 보험사(생보 3개사·손보 5개사)의 약관대출금은 지난 3월 말까지 2조70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지난 1월 1조9773억원, 2월 2조1714억원에 달하던 약관대출금은 3월 들어 한 달 만에 24.4%나 올랐다.

약관대출은 계약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계약의 예상 해지환급금의 50~95%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출이다. 대출심사 없이 24시간 전화로도 대출신청이 가능하다. 보험사로서는 고객이 보험을 해지하면 받는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해주기 때문에 손실 염려도 없다. 그만큼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가 찾는 상품으로 판단해 ‘불황형 대출’로 여긴다. 

약관대출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감소 추세였다. 지난해 말 15개 생명보험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43조67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3% 감소했다. 2017년 말에서 2018년 말 사이 6.4% 증가한 것에 비하면 감소세가 뚜렷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약관대출이 지난해 말 들어 전년 대비 각각 2.5%, 1.6% 줄었다. 

손해보험업계의 약관대출 규모는 작년 들어 증가세가 꺾인 모습이었다. 지난해 11개 손해보험사들의 약관대출 잔액은 15조8232억원을 전년 같은 기간보다 9.4% 증가했다. 다만 2017년 말부터 2018년 말까지 증가율(17.5%)과 비교하면 작년 증가율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보험업계의 올해 약관대출 잔액 추이. / 사진=시사저널e

약관대출의 금리는 연 6~9% 수준이다. 최근 정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긴급자금 대출 금리(연 1.5%)보다 4배 이상 높다. 지난 3월말 기준 주요 생보사의 약관대출(금리확정형) 금리를 살펴보면 삼성생명 9.17%, 한화생명 8.00%, 교보생명 7.81%를 기록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업권의 약관대출 증가세가 높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경제 사정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며 “올해 들어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발생했고 약관대출도 향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높은 금리 상품, 신중하게 판단하고 대출 받아야”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서민들의 경제 상황이 나빠져 약관대출이 증가했다고 보고 대출 금리를 낮추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한화생명은 코로나19 피해 고객에 대한 특별지원을 확대한다며 지난달부터 약관대출 이자를 6개월간 상환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일부 보험사는 약관대출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도 내놓는다. 이미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약관대출 가산금리 점검에 나서면서 일부 보험사들이 약관대출 가산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약관대출 금리는 보험 상품의 예정이율(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장하는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보통 보험사의 예정이율이 은행 대출금리보다 높아 약관대출 이자가 높은 상황이다.

푸본현대생명은 1월 약관대출 가산금리를 2.40%에서 2.00%로 0.4%포인트 인하했다. 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ABL생명·동양생명도 가산금리를 같은 기간 0.01%포인트 각각 인하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약관대출 금리가 은행 대출에 비해 이자가 비싼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확정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다만 고객들은 고금리 대출로 인해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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