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당기순이익·영업이익, 전년 比 각각 60%·45% 감소
NIM·ROA·ROE 등 주요 수익성 지표도 하락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 형성···이동걸 회장, 취임 후 불안한 리더십 보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사진=연합뉴스

‘국책은행 맏형’ 산업은행이 맏형 노릇을 못하고 있다. 산은의 지난해 경영 실적은 같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나 기업은행과 비교해 크게 악화됐다. 당기순이익은 60%나 감소했고 주요 수익성 지표의 하락도 가팔랐다. 산은이 이동걸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경영 악화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산은 순익·수익성 지표 하락···기은·수출입銀과 비교돼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공시된 산업은행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7059억원)보다 60.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9259억원으로 1조원대가 깨졌다. 전년(1조6892억원)과 비교해 45.2% 줄어든 수치다. 

산은의 순익 감소는 동종 업계와 비교해도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7.7% 감소했다. 산은의 순익 감소율은 국내 은행 평균보다 8배 높다. 

이 기간에 특수은행의 순익 감소율은 28.1%를 기록했다. 산은의 순익 감소가 특수은행 전체 순익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61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8.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산은의 수익성 지표도 국책은행 중에서 눈에 띄게 하락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산은의 지난해 말 순이자마진(NIM)은 0.52%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9%포인트 줄어들었다. 기업은행의 순이자마진(1.83%)과 수출입은행(1.14%)과 비교하면 산은의 순이자마진은 이들 은행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도 평균 1.5%를 유지하고 있다. 산은의 순이자마진이 동종 업계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은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같은 기간 각각 0.2%, 1.73%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ROA와 ROE는 0.47%, 6.48%다. 수출입은행도 각각 0.65%, 4.20%를 기록해 산은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3대 국책은행의 주요 수익성 지표 변화 추이 / 사진=시사저널e

NIM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나타낸다. ROA는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준다. 

산은은 자본적정성에서도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14.05%로 기업은행(14.47%), 수출입은행(14.48%)보다 낮았다. 특히 산은의 이 수치는 2년 전보다 1.11%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모두 0.27%포인트, 1.58%포인트 상승하며 산은과 반대로 움직였다. 

◇산은, 올해 금감당국과의 관계에서도 ‘삐걱’

업계는 산은의 실적이 이동걸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고 본다. 산은의 수익 감소와 수익성 지표들의 하락이 2017년 9월 이동걸 회장 취임 이후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또 KDB생명보험과 대우건설, 대우조선, 현대상선 등 산은이 처리해야 할 굵직한 구조조정들도 여전히 공회전 중이다. 올해 국내 경기가 더 나빠지면서 산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산은은 KDB생명 매각을 지난해 말까지 완료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들어서도 KDB생명을 인수할 금융사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도 2018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호반건설이 인수를 철회하면서 아직까지도 매각 협상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산은이 금융감독원의 키코 배상안 권고를 거부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 논란을 불렀다. 금감원이 산은에 요구한 키코 배상액은 28억원으로 신한은행(150억원)과 우리은행(42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재 신한은행은 배상 결정 연기를 금감원에 요청했고 우리은행은 전액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산은이 지난해에도 경영 위기를 겪었다면 올해는 코로나19로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국책은행으로서 경영 위기론이란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