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하락폭에 시장도 설왕설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주택시장 하락 신호로 점쳐지는 지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강남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반포동, 대치동, 압구정동, 개포동, 잠실동 등에 위치한 강남3구 대장주 단지들에서 약 한달 전에 비해 수억 원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 국내 공동주택 가운데 3.3㎡ 당 1억 원을 첫 돌파했다는 상징성을 갖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최근 고점 대비 7억 원 하락한 가격에 매물이 거래됐다는 소식이 다수 언론에서 다뤄졌다. 통상 강남권 주택시장은 시장분위기 가늠자로 평가된다. 때문에 강남의 분위기가 서서히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만큼 지금의 분위기가 서울의, 전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붕괴 전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7억 아닌 1억5000만 원···여기저기서 ‘억’ 소리나게 몸값 낮춘 매물 속속 등장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가 지난 7일 26억8000만 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이는 동일 전용면적이 지난 2월 말 33억7000만 원에 실거래된 것에 견주어보면 7억 원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랜드마크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의 콧대가 꺾였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강남권을 넘어선 서울 주택시장 전반의 대세하락 전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비교대상이 잘못된 만큼 하락폭도 상당히 과장됐다고 입을 모은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총 7개 유니트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일부 타입은 영구 한강조망이 가능하고 한강조망이 아예 불가능한 타입도 있다. 한강변 단지 특성상 한강조망 여부에 따라 가격은 그동안 동일평형이라도 5억 원 이상 큰 폭의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2월 말 33억7000만 원에 거래된 타입은 112B타입 8층으로 한강조망이 가능하다. 반면 사흘 전 거래된 110E타입은 한강 조망이 아예 불가한 단지 내 조경동의 저층 매물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지의 최고 가치평가 척도인 한강조망여부 타입을 쏙 빼놓고 한강조망 가능한 최고가와 조망 불가한 최근 실거래가를 비교하는 건 한참 잘못된 것”이라며 “110E타입 최고가는 28억2750만 원이었으니 실상 1억5000만 원 가량 하락한 게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책에도 요지부동이던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 고점 대비 1억~2억 원 가량 몸값을 낮춘 매물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올 1월 초 20억5000만 원에 실거래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18억 원에 매물이 나와도 거래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전용 111㎡는 지난해 말 26억7000만 원에 손바뀜이 성사됐지만 현재는 25억5000만 원에 급매가 나와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지난해 12월 21억5000만 원에 실거래된 112㎡ 매물이 최근엔 18억8000만 원까지 뚝 떨어진 가격에 나왔다.

◇소수 매물을 시세로 판단하긴 무리지만, 시장 선행지표는 악화돼 약세 가능성↑

이처럼 씨 말랐던 강남권 매물이 곳곳에서 가격을 낮춰 매물로 나오는 이유로는 코로나19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부동산 시장 또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출제한과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정부의 규제는 이미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었지만 코로나19와 맞물려 규제 효과가 커 보이게 만든다. 실제 강남권에서 나온 급매물 상당수는 보유세 부담이 큰 다주택자들이 상반기 이전에 잔금까지 받는 조건으로 내놓은 물량이 많다고 현장 일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는 단지별로 급매물이 나오는 건수가 소수에 불과하고 거래자체도 적은 만큼 이를 시세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거래량이 동반돼야 시장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아직 거래도 많지 않다. 또 시장에 매물이 쌓여있는 수준도 아니다”라며 “대세하락 전조 및 불확실성에 따른 장기화 등으로 단정짓기엔 섣부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좋지않은 시장 선행지표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만큼 좋지 않은 만큼 대세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이번달 0.13% 하락하며 11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전국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격이 비싸고 가구수가 많은 주요 50개 아파트의 시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놓은 4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도 42.1로 나타나 2013년 12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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