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위축·자금 공급 해법으로 떠오른 온라인 IR···벤처캐피탈 업계 "지역적 한계 해소-대규모 투자의 경우 한계 있어"

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온라인 화상통신 플랫폼 ‘두루미’를 통해 의료·바이오 분야 혁신기업 10개사와 30여 명의 벤처캐피탈과 온라인 IR을 진행했다. / 사진캡쳐=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온라인 화상통신 플랫폼 ‘두루미’를 통해 의료·바이오 분야 혁신기업 10개사와 30여명의 벤처캐피탈과 온라인 IR을 진행했다. / 사진=시사저널e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가 예년보다 움츠러드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벤처캐피탈 투자 행사와 IR(기업공개설명)이 취소되고 대면 미팅이 없어지는 탓에 적극적인 투자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기업이 화상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IR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나오고 있다.

2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해 보면 올해 1월 전체 벤처캐피탈 신규 투자액은 2351억8433만원이다. 지난해 1월 신규 투자액은 2367억5920만원보다 소폭 줄었다. 전체 신규 투자액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스타트업 업계 중론이다.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예정돼 있던 벤처캐피탈(VC)과 액셀러레이터 IR행사가 대거 취소됐다. 또한 모두 재택근무로 근무형태가 바뀌면서 투자 대면미팅이 없어지는 바람에 초기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기회가 많이 사라지는 추세다. 시리즈 C‧D부터 유니콘(상장기업가치 1조원 해외투자가 축소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회원사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스타트업 피해 유형을 조사한 결과 기업 33%는 ‘투자 차질’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스타트업들이 바라는 대책들도 ▲벤처투자 심리회복 ▲위기산업 서비스 긴급 공공조달 ▲P2P 등 핀테크 기반 자금 유동 활성화 등으로 조사됐다.

이에 온라인IR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창업기업, 스타트업이 자신의 사업을 온라인으로 설명하면 투자자들이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비대면으로 투자설명회 형식이다. 온라인 화상전화나 협업 프로그램 플랫폼이 필수다. 일대일로 투자 미팅을 진행하는 사례는 많았으나 IR자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그동안 거의 없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온라인IR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기부는 온라인 화상통신 플랫폼 ‘두루미’를 통해 의료·바이오 분야 혁신기업 10개사와 30여명의 벤처캐피탈과 온라인 IR을 진행했다. IR에는 미국 뉴욕에서 참여한 이혜연 마라나노텍코리아 대표도 있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기존 경제 질서에 틈이 생기고 산업 지형이 바뀌면서 창업·벤처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온라인 IR을 수시로 개최해 지역기업과 수도권 벤처캐피탈의 만남의 기회로도 활용하는 동시에 전화, 온라인 등을 통한 1:1 투자매칭 상담도 진행하는 등 벤처투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VC업계에서는 온라인 IR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다. 일단 수도권과 지방, 국내와 해외 등 지역적 한계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온라인 IR에 참여한 VC 심사역은 “코로나19로 산업 전체가 어려운데 사무실에서 벤처투자 미팅을 진행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VC들이 하고 싶은 질문이 많기 때문에 이를 정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마련된다면 온라인 IR이 활성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투자의 경우 온라인IR 진행에 한계가 있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보내고 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가입한 후 참여해야 한다는 과정 탓에 번거로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VC 심사역은 “온라인IR이 생긴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투자자들이 대규모 투자를 결국 오프라인 대면 미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투자로는 온라인 IR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IR행사 자체가 스타트업과 VC들의 홍보효과도 함께 노리는 것인데 플랫폼은 비교적 폐쇄적이라 홍보 측면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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