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천1구역, 28일 시공사 선정 총회 진행···‘사회적 거리두기’ 권고 무색
“총회 연기한 단지들과 형평성 문제 발생할 수도”
“조합 선택 불가피···분양가 상한제 일시 연기 방안도 고려해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을 하고 가운데 일부 정비사업 조합들이 다수가 운집하는 조합원 총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들이 합동설명회나 총회를 강행한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다수가 운집하는 만큼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조합들이 총회를 강행하는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을 경우 수억원의 추가분담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총회 연기로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차라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을 더 늘리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범천1구역’ 재개발 조합은 내일(28일) 조합원 시공사 선정 총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범천1구역은 조합원 수가 470명이다. 총회 개최 충족 조건인 50%만 참석해도 200명이 넘는 인원이 운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부산진구청은 이달 22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지난달에도 총회를 미룬 만큼 이번 총회는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에는 고덕주공2단지·개포시영 재건축 조합이 정부와 서울시의 요청에도 야외에서 조합원 총회를 강행해 논란이 일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을 7월 29일까지로 더 연기하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에 있는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에 각종 총회를 5월 이후로 연기해 줄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의 경우 모든 자치구에 5월 18일까지 총회를 열지 못하도록 강력히 주문했다. 총회를 강행해 사회적 상황에 반하는 물의를 일으키면 관련 규정(감염병 예방·관리에 관한 법률, 도시 주거 환경정비법)에 따라 고발 조치는 물론 행정 지원도 중단할 수 있다고 엄중 경고 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권고에 따라 서울에서는 한남3구역, 개포주공1단지, 신반포3차, 증산2구역, 수색6구역, 수색7구역, 수색13구역, 상계6구역, 용두6구역, 자양1구역 등 11개 단지가 총회를 5월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위협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조합들이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부 단지들이 총회를 강행한다면, 앞서 총회를 연기한 단지들까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서울 서초동 반포동 ‘신반포15’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합동설명회를 강행하려고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계획을 급히 수정했다. 조합은 오늘 31일 예정됐던 합동설명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합동 설명회는 토즈라는 카페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토즈는 스터디나 회의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주는 실내 모임센터다. 하지만 합동설명회가 좁은 실내에서 진행되는데다 신반포15차 조합원 대부분이 60∼70대 고령자인 만큼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컸다. 관할기관인 서초구청은 당초 총회를 연기한 상황에서 합동설명회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시의 반대 의지를 꺾지 못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들이 총회 연기로 사업기간이 촉박해지고 금융이자 등 비용부담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무조건 막기보다는 조합에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을 좀 더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억대의 추가분담금을 내야 하는 조합원들은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으면 이러한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규제를 하기 보다는 조합들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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