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관련 프리랜서 일자리 잃은 수준
심리상담사, 신천지 신도로 의심받기도

지난 10일 영업을 중단한 세종시의 줌바댄스 학원 문이 닫혀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영업을 중단한 세종시의 줌바댄스 학원 문이 닫혀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불규칙한 프리랜서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일거리가 끊기면 당장 수입이 없기 때문에 임시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프리랜서들은 생계형 대출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공연‧축제 무대 설치 등을 담당해 온 A씨는 최근 코로나19로 일거리가 뚝 끊겼다. 예정된 공연이 모두 중단되는 것은 물론 올 봄에 열릴 축제들이 모두 취소됐다. 매년 봄은 다양한 꽃축제가 연이어 열리기 때문에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하지만 이 축제들이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A씨의 수입원이 사라졌다.

A씨는 공연이나 축제에 프로젝트 형식으로 참여하는 프리랜서다. 회사에 소속돼 일을 하는 것보다 프로젝트 형식으로 참여하는 게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어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문화‧예술 업계가 완전히 마비되면서 현재는 지난해 번 수입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알아봤지만 그마저도 자리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프리랜서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사진작가 B씨는 코로나19 이후 일이 중단됐다. 인물 사진을 주로 촬영해 온 B씨는 올해 2월부터 사진 촬영 문의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지난 1월에만 해도 많은 수입을 올렸지만 지난달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B씨는 “프리랜서가 월급을 받는 이들보다 수입이 많을 때도 있지만 이런 변수에는 취약하다”며 “1월 수입으로 몇 달을 버텨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줌바댄스에 이어 바이올린 학원 수강생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전국에서 강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휴강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시간 강사들의 수업 휴강은 수입에 직격탄이다. 월급이 아니라 수업 수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이들은 수업이 줄어들수록 그만큼 버는 돈도 쪼그라든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수업이 없는 수준이어서 기초 생활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에는 프리랜서라는 단어조차 찾아볼 수 없다. 지원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수출기업, 피해기업 등에 집중됐다. 프리랜서는 지원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나마 서울시의 경우 ‘청년 프리랜서 신속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 연기나 발주 취소 등으로 일거리가 중단된 프리랜서(디자이너, 강사, 작가 등)에게 최대 1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예산은 2억원, 사업 건수로는 30건 정도로 제한돼 든든한 지원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서울시 청년청 관계자는 “프리랜서에 대한 직접 지원을 하려면 행정적으로 추경 편성을 해야하는데 그러면 아무리 빨라도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모색해서 지원하기 위해 공모 사업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부터 공모가 시작된 이 사업 1차 접수에는 3일 만에 127팀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부 추경 지원에 포함되지 못하지만 소득격감을 겪고 있는 고용보험 미가입 자영업자, 영세 소상공인, 비정규직 근로자, 아르바이트생, 문화‧예술인, 프리랜서, 시간강사 등의 근로자에게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을 명목으로 60만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지라고 선을 그었다.

한 심리상담사는 현재 프리랜서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사회에서 해고당한 느낌이다. 사회적인 입지를 잃게 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이 상담사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일상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대부분의 심리상담사들 역시 여러 센터에 프리랜서로 계약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지난달과 이번 달 모두 거의 수입이 없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상담사는 “최소 석‧박사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오랜 기간 전문적인 수련을 받아 상담사가 되었음에도 이런 사태가 터지니 기본권조차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많이들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은 개별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무료 전화 위기 상담 등을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사태가 3월을 넘기고 4월까지 이어지면 생활비 명목의 대출을 생각하는 동료들도 있을 정도”라며 “게다가 신천지 사태로 인해 이제는 전문적인 상담 일을 하는데도 신천지 신도로 의심하는 분들까지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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