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우리금융, 각각 ESG위원회·내부통제관리위원회 신설
그룹 핵심 전략 완성도 향상 기대···‘거수기 사외이사’ 문제는 여전

KB금융지주(사진 왼쪽)와 우리금융지주/사진=연합뉴스
KB금융지주(사진 왼쪽)와 우리금융지주/사진=연합뉴스

이사회 내부에 별도의 위원회를 설립해 그룹 내 특정 역량을 강화하려는 금융지주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사회 차원에서 특정 분야에 대한 그룹 전략을 관리해 해당 사업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다만 금융권에서 고질병처럼 여겨져 온 ‘거수기 사외이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KB금융지주는 오는 20일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ESG 위원회’ 신설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 안건을 부의했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는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을 평가하는 데 활용되는 일종의 지표다.

ESG위원회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포함해 사내 및 사외이사 전원(총 9명)으로 구성되며 그룹 ESG 전략·정책 수립, 연간 기부금 운영 한도 설정 등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내부 규범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반기 1회 위원장이 소집하게 돼 있으며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수시로 소집할 수도 있다.

같은 날 우리금융지주 역시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내부 규범 개정안을 내놨다. 내부통제관리위원회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되며 그룹 내 계열사 내부 통제 기준에 대한 검증과 개선안 제시 등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르면 금융사는 이사회 내에 4개(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의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각 위원회는 그룹으로부터 관련 현황을 보고받고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그룹이 수행한 정책 방향에 대해 찬반 결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내부 실무진과 별개의 입장에서 업무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능을 하는 셈이다.

자료=각 사/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각 사/표=이다인 디자이너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위원회 신설은 각 금융지주가 추진하고자 하는 중점 사업을 좀 더 완성도 높게 추진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 초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ESG 기반 지속 가능 경영 선도’를 올해 주요 경영 전략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조직개편을 통해 사회문화공헌부를 ‘ESG전략부’로 바꾸기도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올해 주요 경영 목표 중 하나로 리스크 관리, 내부 통제 혁신을 꼽았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발생한 파생결합상품(DLF) 및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인해 크게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다만 이사회 내 위원회 신설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거수기’라는 금융사 사외이사들의 오명이 신설 위원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KB금융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은 총 14번의 이사회를 열고 총 24건의 안건을 결의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32건의 보고안에 대해서도 단 한 번의 특이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금융도 11번의 이사회에서 38건의 안건을 의결했지만 반대 의견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23건에 대한 업무보고에서도 특이 의견은 한 건도 없었다.

이미 유사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신한금융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금융은 현재 4대 금유지주 중 유일하게 의무 설치 위원회와 무관한 새로운 기능의 위원회(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사회책임경영위원회는 총 4차례의 회의를 진행했으며 단 2건의 안건만을 의결했다.

하나는 1차 회의의 ‘사회책임경영위원회 위원장 선임에 관한 사항’이었으며 하나는 4차 회의의 ‘신한금융그룹 기후변화 대응 원칙 수립에 관한 사항’이다.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또한 2019년 상·하반기 지속 가능 경영(ESG) 실적 보고 등 보고 안건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별다른 특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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