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문구에도 마스크 수량 남아있는 경우 있어···문구 안 떼기도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이 마스크 구매 현장으로 번지면서 꽤 많은 약국을 취재하게 됐다. 약국을 직접 방문하고 나서야 약국 앞에 나붙은 ‘마스크 품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매번 ‘품절’이 적힌 약국 입구를 보면서 차마 들어갈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대란 속에 정신 없이 바쁜 약사들에게 굳이 말을 붙이기가 미안해서였다. 취재차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스크가 있냐고 물어보자 약사는 “얼른 이리로 와라. 지금이 기회다”라고 알려줬다.

약국 문 앞에 떡하니 ‘품절’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지만 이는 무색했다. 약사는 이름을 적게 하더니 바로 마스크를 건네줬다. 약사에게 품절 문구에 대해서 묻자 “너무 영업 방해가 돼서 오늘 처음 붙여봤다”고 말했다. 이것이 품절 문구에 대한 불신의 시작이었다.

‘마스크 품절’이라는 글귀는 약국 영업을 방해하지 말라는 일종의 부적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눈 질끈 감고 문을 밀고 들어갔을 때 마스크가 나오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특히 “아직 오늘 물량 안 들어 왔어요”라고 답하는 곳이 부지기수였다. 심지어는 “어제 마스크 물량이 남았다”며 마스크 1장을 판매한 곳까지 있었다.

약국 대다수는 ‘품절’ 문구를 붙여놓고 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품절인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큰 소리를 내는 경우에 없던 마스크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마스크 성지를 잘 안고 있다는 한 중년 여성과 함께 약국을 찾았다. 이 중년 여성이 먼저 허름한 약국에 들어갔고 이윽고 마스크 한 장을 들고 나왔다. 이 여성은 어제 마스크를 주기로 약속했다면서 약사와 입씨름을 한 결과 마스크를 얻어냈다. 기자가 연이어 들어갔지만 약국에 발을 딛자마자 약사는 마스크 재고가 없다고 나가라고 했다. 입 한 번 제대로 떼지도 못하고 약국을 나서야 했다.

약사들의 고통이 일견 이해는 가지만 구매자들이 순진하게 약국 앞 ‘품절’ 문구를 다 믿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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