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보험설계사·카드모집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울상’

"먹고 살려면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으니 당장 이번 달이 막막하다“

취재 중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영업 상황에 대해 한 보험설계사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매일 2명 이상 보험 상담 및 계약 미팅을 잡아왔던 보험설계사 A씨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이후 약속이 줄줄이 취소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비단 보험설계사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카드모집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드모집인 상당수는 오프라인 대면 접촉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면서 외부인 출입을 꺼리는 장소가 늘어남에 따라 대면 영업에 어려움이 늘었다. 고객들과의 개별 약속이 줄줄이 취소되는 것도 다반사다.

금융권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40만명에 육박한다. 이들에게 각 금융회사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라며 권고하고 있지만 당장 대면 영업에 생계가 달린 이들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 보험설계사나 카드모집인들은 금융사 직원처럼 정규직이 아닌 회사 대 개인사업자 간의 계약관계로 맺어져 있기 때문에 계약직 및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재택근무를 해도 소득이 변함없는 정규직과 달리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약이 곧 소득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그들에겐 더 가혹하다.

이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금융권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무금융노조는 공정위원회가 발표한 예규를 근거로 계약감소에 따른 책임을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게만 부과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는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사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역시 공정거래위원회 예규를 이행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곡소리를 내는 동안에도 금융사나 당국 차원의 뚜렷한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일부 금융사들은 그들이 계약직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회사에서 따로 소득 보전방안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영업이 어려워진다는 건 곧 그들을 고용한 금융사의 실적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저 계약직이라고, 비정규직이라고 원청인 금융사에서 나 몰라라 해선 안 되는 사안이란 얘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금융권의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사태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휴가도 쓸 수 없고, 휴업수당도 받을 수 없다. 금융사 및 당국 차원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소득을 일시적으로 보전해 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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