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청화아파트 주민과 사생활·조망권 문제로 수년째 갈등
서울시의회·경실련, 계획 철회 요구···“저층 주택 밀접 지역에 고층개발, 안전 문제 발생할 수 있어”
“서울시 심의과정서 주민 의견 검토···인허가 과정 쉽지 않을 듯”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용산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유엔사부지’의 개발이 본격 닻을 올렸지만 착공까지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수년째 인근 주민들과 개발 계획에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데다 시민단체들까지 개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시가 집값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인허가 과정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조원을 투입해 개발에 나선 일레븐건설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레븐건설은 지난달 유엔사부지(용산공원정비구역 복합시설조성지구 일반상업용지)의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한지 5개월 만이다. 교통·환경영향평가는 사업계획승인을 최종 통과하기 위한 사전 심의 작업으로 개발에 따른 주변부의 교통·환경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다.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통과되면 건축심의를 거쳐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유엔사부지는 땅값만 1조원이 넘는데다 강남과 강북 양방향 접근이 용이한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용산의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일레븐건설이 2017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사들였다. LH는 유엔사부지 공급예정가격을 8030억원(주거 4225억원·상업 3504억원 등)으로 설정했는데, 일레븐건설은 무려 1조552억원을 제시해 낙찰자로 선정됐다. 유엔사부지는 정부가 주한 미군 이전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매각하는 3개 용지(캠프킴·유엔사·수송부 부지) 중 하나다.

일레븐건설은 이곳에 지하 7층~지상 20층 아파트 5개 동 426가구와 오피스텔 2개 동 1053실, 호텔·사무실 1개 동을 건립해 최고급 주거지역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땅값을 포함해 총 사업비만 2조원 가량이 투입되며, 사업을 2023년까지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일레븐건설은 부지 매입 후 인근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부지 인접 단지인 청와아파트 주민들은 사생활·조망권 침해, 안전성 문제, 향후 재건축 진행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유엔사 부지와 맞닿아 있는 청화아파트는 1982년도에 지어진 37년 차 아파트로 12층으로 된 총 578가구 규모의 단지다. 용산구 관계자는 “사업자와 청화아파트 주민들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양측의 이견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회와 시민단체들도 개발 반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시의회 권수정 의원(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유엔사부지 개발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과거 2011년 발표한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의 핵심은 생태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지금의 유엔사부지 개발은 용산공원을 사유화하는 것이고 생태공원으로 만든다는 본래의 의미를 훼손한다는 게 그 이유다. 또 경실련은 3~4층 저층 주택들이 밀접한 지역에 600% 용적률, 해발 90m 건축 허용은 인접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재산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발계획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인허가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시 심의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검토되기 때문에 인허가 절차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일레븐건설 부지 개발과 같은 대형개발사업의 경우 서울시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재 서울시는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개발 사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시장이 안정화 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사부지 개발은 자칫 서울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될 우려가 있다”며 “일레븐건설 입장에서는 금융비용 발생 등으로 서울시 정책 기조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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