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25%로 동결···신인석·조동철 금통위원 ‘금리 인하’ 소수의견
이주열 총재 “성장경로 불확실성 높아”···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한국은행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이 오는 3월 정점을 찍은 이후 진정된다는 것을 가정으로 한 전망이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치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금통위는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인석 금통위원과 조동철 금통위원은 0.25%포인트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금통위에 따르면 최근 세계경제는 교역 부진으로 인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2.1%로 3분기 연속 2% 초반대에 머물러 있으며 유로존 역시 지난해 4분기 0.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중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와 같은 6.0%로 1분기(6.4%)와 2분기(6.2%)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주요국 국채금리와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 1.92%였던 미국의 국채금리(10년물)는 1월 말 1.51%로 하락했으며 지난 26일 1.34%까지 떨어졌다. 독일의 국채금리(10년물) 역시 지난해 말 -0.19%에서 지난 26일 -0.51%로 하락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확산 정도, 보호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 역시 성장세가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설비투자의 부진이 일부 완화됐지만 건설투자의 조정이 이어진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수출이 둔화됐다. 지난 달 수출 증가량(전년 동월 대비)은 -6.3%로 나타났다. 이에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경제는 1월 하순 이후 코로나19의 예상치 못한 발발과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경제 전망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 쯤에 정점을 찍고 이후 진정된다는 시나리오 하에 0.2%포인트 낮은 2.1%의 성장률을 전망했다”며 “전개 상황에 따른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전환과 석유류 가격 오름세 확대 등으로 지난해 말 0.7%에서 지난달 1.5%로 상승했다. 다만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률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8%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통위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0% 그대로 유지했고 내년도 전망치로 1.3%를 제시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소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2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18조원) 보다 3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서울 지역의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3% 증가했으며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주택 매매가격은 0.4% 올랐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총재는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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