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추가 확진자 없어···일부 해외 연구들, 정점 시기로 예상
전문가들 “중국 동향 변수,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 상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우한에 급조된 레이선산 임시 병원 직원들이 12일 3차 이송 환자들을 병동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날 병원에는 35명 환자들이 도착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우한에 급조된 레이선산 임시 병원 직원들이 12일 3차 이송 환자들을 병동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날 병원에는 35명 환자들이 도착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며칠 동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추가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국내를 기준으로 확산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판단이 시기상조라며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감염병 발원지인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환자들이 나오고 있으며, 유학생 유입 등 변수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4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증가 추세는 일단 멈춘 상태다. 지난 10일 28번째 코로나19 환자가 마지막으로 확진된 후 추가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환자는 28명으로 변동이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부 중국 전문가와 해외 전문가의 예측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 영국 런던 위생·열대병 연구소의 연구팀은 지난 7일 발표한 수학적 예측 모델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이 이달 중순이나 하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4일 동안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 그 같은 판단은 일단 시기상조이며 중국 동향 등 여러 변수가 있어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경우 우한으로부터의 리스크는 사실상 지난주에 끝났다”고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엄 교수는 “우한을 제외한 중국 다른 지역과 일본, 싱가포르 등 타 지역의 지역사회 감염은 우리에게 위험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1차 위기는 넘겼지만 지역사회 감염 등 여러 리스크가 남아 있어 우리가 적극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확산 추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풀이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지난 13일에도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로 사망자 121명, 확진자 5090명이 늘어난 상태에서 중국 현지 확진자 증가 추세가 떨어져야 하는 등 사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일본 택시기사에게서 코로나19 발병이 확인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여전히 우려스럽다”며 “4일 동안 확진자가 추가되지 않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은) 아직도 시작”이라며 “조금 지나면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원장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들어오는데 막을 수 없는 상태”라며 “크루즈선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바이러스 동료들이 많이 있는 상황, 즉 지난 2015년 삼성서울병원처럼 바이러스가 모일 수 있는 곳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적에 관계없이 중국을 경유해 입국하는 사람을 막아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중국 경유 입국자들을 우한 교민처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확산은 일단 소강 상태에 접어들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중국 유학생 유입으로 추가 감염 여지는 상존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며칠 동안의 상황에 미루어 코로나19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났다고 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모아진다”며 “최소한 향후 2주간의 동향을 보고 난 후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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