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재판개입은 인정되나 ‘직무 권한’과 관련된 사안 아냐···위헌적이나 처벌 못해”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 사진=연합뉴스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관련 명예훼손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지만, 이는 징계사유에 해당될 뿐 형법상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권한을 잘못 행사한 행위는 처벌할 수 있지만, 없는 권한을 넘는 ‘월권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이른바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6년 프로야구선수 도박 사건 약식명령 재판을 정식 재판으로 회부하려는 판단을 막고 약식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 선고 이후 등록된 판결문에서 양형 이유를 수정하고 일부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이지만, 이를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하고,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 행위와는 구별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임 부장판사가 직권남용죄의 구성 요건인 ‘일반적 직무 권한’을 남용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처럼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하는 행위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 직무 권한에 속한다고 해석 될 여지가 없다”며 “오히려 피고인의 지위나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직권남용죄의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범죄구성요건을 확장 해석하는 것이어서 이 또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 행위에 해당해 징계 사유로 볼 여지는 있지만,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판결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5명이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는 전날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 비위 의혹 관련 검찰의 수사 자료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도 지난달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 의혹 관련 소송 정보를 파악해 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이 법원행정처 지시를 받고 기밀을 유출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성립한다고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판사들의 보고 업무가 행정처와 공모한 범죄임이 입증되지 않고, 수사·재판 방해로 이어질 기밀누설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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