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 열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에 대해 사과···인종차별 두곤 모호한 답변
기내 12명 승무원 모두 조사 진행···네덜란드인 10명, 한국인 2명

KLM네덜란드항공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 관련' 사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사진=연합뉴스

KLM네덜란드항공이 사과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문정 KLM네덜란드항공 한국 지사장은 기자간담회 이후 기자와 만나 “KLM 및 기욤 글래스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은 이번 이슈가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인종차별로 비춰진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 KLM은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 관련’이라는 이름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취항 기념 간담회에 참석한 피터 앨버스 KLM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간담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KLM은 사과문 낭독을 시작으로 뒤이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기욤 글래스 사장은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은 KLM의 정해진 정책은 아니다. 항공기 승무원에 의해 결정됐으며, 이에 대한 공지는 한글로만 안내됐다”면서 “승무원 개인의 실수였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실수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종차별에 대해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글래스 사장은 “인종차별이 아닌 단순 실수라고 생각한다. 초기에 발견된 사실만을 바탕으로 판단하긴 어렵고 보다 심층적인 면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글래스 사장은 “코로나바이러스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 문제”라면서 “미디어(언론)를 지켜보니 유럽에서 일견 그런 시각(인종차별)이 있는 것 같다. 이 자리에 선 것은 회사가 이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문정 지사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와 만나 “글래스 사장의 사견”이라면서도 “KLM과 글래스 사장은 이번 이슈를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승객에게 인종차별로 느껴지게 만든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고 보충 설명했다.

KLM 측은 해당 항공기에 탑승한 12명의 승무원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승무원은 10명의 네덜란드인과 2명의 한국인으로 구성됐다. KLM 측은 이들이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는 즉시 면담을 갖고 내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KLM의 인종차별 논란은 한 승객의 항의 및 제보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KL855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 김씨는 화장실 문에 한글로 쓰인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종이 안내문을 발견했다.

이후 김씨는 KLM에 “왜 영어 없이 한국어로만 문구가 적혀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후 KLM은 유감 표명과 함께 사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답변했다.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국토부도 KLM에 경고했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내 화장실에 한국어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로 표기하는 등 차별적 조치를 취한 KLM 항공사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며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KLM은 이미 해당 이슈를 전 세계 승무원에게 전달했고 철저한 교육을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글래스 사장은 “전날 기내 서비스 담당 부사장과 통화했다. 전 세계 KLM 승무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문화적 감수성 등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종차별에 대한 추가적인 교육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래스 사장은 “KLM은 인종차별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미 인종차별에 대해선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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