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투자제도 통합한 벤처투자법으로 엔젤투자 확대···공공기관이 평가했던 벤처기업확인제도도 민간 중심으로

민간 중심 벤처법안이 등장한다. 정부는 기존 벤처투자법안을 하나로 통합해 벤처투자 기준을 글로벌 방식으로 바꾸고 엔젤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벤처기업화인제도도 정부에서 민간으로 평가자가 바뀐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이날 공포된 벤처투자법은 중기부 출범 이후 발의한 1호 제정 법안으로, ‘중소기업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법’에 흩어져있는 투자제도를 통합해 독자 법안화하는 것이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이 법안은 벤처캐피탈과 엔젤 투자자를 벤처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주체로 인정하고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새로운 투자제도 도입, 운용사에 우선손실충당 요구 금지 등을 통해 국내 벤처투자 수준을 세계 기준으로 변경한다.

벤처투자법 주요 내용은 우선 국내법상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을 처음으로 규정한다. 투자 지분율 산정을 후속 투자자가 평가한 기업가치에 연동하는 계약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가치 측정이 어려운 초기창업기업 투자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유망 초기기업 등을 발굴해 초기 투자금을 공급하고 보육하는 창업 기획자(액셀러레이터)에 대해서도 전문인력, 자본금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면 벤처투자조합(투자펀드) 조성을 허용한다. 자격을 갖춘 창업기획자가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창업초기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창업자・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무비율(40% 이상)을 개별 벤처펀드에 적용하던 방식에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 특정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총자산에 적용한다. 벤처펀드들이 창업초기펀드, 후속성장펀드 등으로 전문화하고 대형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밖에도 중소벤처기업부 고시로 운영되던 전문엔젤투자자 확인제도를 전문개인투자자제도로 개편해 ‘벤처투자법’으로 상향 입법했으며, 선진적인 벤처투자 제도 확립을 위해 운용사가 벤처펀드의 손실을 우선적으로 충당하는 일부의 잘못된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벤처투자법은 하위법령 제정 작업을 거쳐 6개월 후 본격 시행된다.

한편 또 다른 법안인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정부 주도 방식에서 민간이 벤처기업을 평가하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하고, 벤처창업 휴직 제도 적용 대상을 지자체 출연 연구기관 연구원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 벤처기업확인제도는 기술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공공기관이 벤처기업의 기술성·사업성을 평가하고, 보증·대출 실적을 고려해 벤처기업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개정안은 민간으로 구성된 ‘벤처기업확인위원회’가 벤처기업의 혁신성·성장성 등을 중점 심의·확인하는 방식으로 벤처기업확인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과학기술분야 지방자치단체 출연연구기관의 연구원과 공공기관의 직원도 벤처창업 휴직이 가능하게 되어 공공분야 인재들이 쉽게 벤처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벤처창업 휴직 제도는 대학 교원 등이 벤처기업 또는 창업기업의 대표자나 임원으로 근무하기 위하여 최대 5년(1년 연장 가능) 휴직할 수 있는 제도다. ▲대학 교원 ▲국공립연구기관 연구원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기관 연구원 ▲전문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 ▲공공기관 연구원에서 ▲과학기술분야 지자체출연연구기관 연구원 ▲공공기관 직원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벤처기업 확인제도 관련 규정은 민간의 벤처기업 확인 평가체계 등을 갖추고, 공포 1년 후 시행되며, 벤처 창업 휴직제도 대상 확대 규정은 3개월 후 시행 예정이다.

정부는 민간 투자 유입으로 제2벤처붐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는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양대 법안이 공포됨에 따라, 제2 벤처붐이 더욱 확산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는 한편,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가 실리콘밸리와 같이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기부는 제도개선 효과의 조금 더 실제 시장에서 작동 되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 벤처와 관련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며, 법안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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