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등과 달리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완전히 막지 않은 부분 인정받아야
지금부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 보다 더 철저한 검역 체계 갖춰야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외교와 관련해선 함부로 평가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우리가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눈치 보기 외교를 하느냐’고 지적들 하는데 강대국의 외교와, 그 외 국가의 외교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처럼 외교 전략을 구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도 늘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외교는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것 보다 보이지 않게 이뤄지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국가 간 어떤 이야기와 계산이 오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한 상태에서 봐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번 중국 우한 페렴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을 보면 분명히 중국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지역에서 오는 이들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뒤늦게 후베이성 지역을 방문한 이들에 대해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입국금지를 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까지 가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다. 순수히 100% 우리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중국 전지역 대상 입국금지가 우리 국민들에게 확률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가장 유리한 길이 있음에도 그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양보’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등을 명분으로 삼지만 중요한건 명분이 아니라, 선택이다. WHO 권고와 상관없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북한처럼 곧바로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닫아버리는 것도, 미국처럼 최근 2주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을 입국금지 시키는 것도, 우리처럼 2주 내 후베이성 방문자만 입국금지 시키는 것도 결국 정부의 선택이다.

어쨌든 우리 정부는 나름대로의 선택을 했다. 그렇게 하기까지 일반 국민들이 모르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존중한다. 또 한국에서 마스크를 쓰고 어린 아이와 거리를 배회하는 중국인 가족들을 보면 본인들의 상황이 얼마나 심란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인류애적 자세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확실히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 같은 우리 정부의 노력이 결코 헛수고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로서도 분명 추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활동과 관련한 것이든, 아니면 다른 외교적 부분에서든 굳이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은 이번 결정에 대해 뭔가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지금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그나마 어느 정도 달랠 수 있고 그 선택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란 식으로 넘어가면 두고두고 비판을 받기 쉽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왕 문을 닫지 않으려면 감염자 누수 없이 지금보다 확실하게 검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보상이 있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해한다면 의미가 없다. 지금 정부가 하는 방식, 즉 중국에서 오는 이들에 대해 체온을 재고 그저 양심에만 맡긴 채 문답서를 작성하고 국내로 들이는 방식은 감염자를 걸러내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한 두 명도 아닌 인원을 모두 추적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이미 국내에서부터 증상이 시작됐다면 결국 찾아낸다고 해도 사후대처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현명하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저런 말로 안심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철저한 검역과 대처다. 정부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들은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고 더욱 정부를 신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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