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출신이 의장 맡을 경우 강력한 변화 메시지 던질 수 있어
박재완 전 장관 거부 의사 밝힌 후 새로운 인물 찾기 쉽지 않을 듯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외부 인사로 구성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공석인 이사회 의장 역시 외부 인사가 맡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을 뽑는 것은 준법감시위 출범 못지않게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지형 위원장은 지난 9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봉욱 전 대검 차장,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고계현 소비자주권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 총괄고문으로 법조계 및 학계, 시민사회계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로 구성됐다. 김 위원장은 외부 위원을 압도적 다수로 배정하려고 했다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부 감시 시스템을 가장 이상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선 내부가 아닌 외부인사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 쉽게 표현해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대상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준법감시위원회 출범과 함께 다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상훈 의장 구속으로 공석이 된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역시 외부 인사인 사외이사가 맡을 수 있을지 여부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이 변했다는 것을 가장 상징적이고 강력하게 보여줄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사외이사 등 외부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앉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상징성 있는 인물이 의장을 맡게 될 경우 실질적인 최고경영층 감시 시스템까지 확실히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해당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감동을 주려면 단순히 외부 인사라는 점을 넘어 감동을 줄만한 인물을 선정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현재 이사회의 사외이사 중 가장 적임자로 여겨졌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장 자리를 고사했다. 새롭게 사외이사를 들여 선정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간다.

한편 일각에선 준법감시위원회 및 이사회 구성을 어떻게 할지 여부를 떠나 삼성이 제대로 된 감시 및 통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우리나라 경영환경을 선진적으로 바꾸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는 착한 오너가 되는 것이라며 도입된 지 20년이 된 사외이사 제도가 지금보다 더 힘을 받기 위해선 기업의 소유·지배 개선에 대한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날 김지형 위원장 역시 위원회의 독립적 활동을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의 확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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